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루츠를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두산 타선은 4월 중순 이후 완연한 상승세. 시즌 초반부터 크고 작은 부상자가 많았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세심한 관리가 돋보였다. 무리하지 않았고, 컨디션을 회복한 타자들은 결국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타선이 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허약한 마운드가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됐다. 그 결과 SK와 함께 공동 2위.
현 시점에서 두산 야수진의 유일한 걸림돌은 외국인타자 잭 루츠. 5일 부산 롯데전서 KBO리그 첫 홈런을 때린 뒤 허리 통증으로 개점 휴업했다. 8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1군에서 빠졌다. 21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 복귀 이후에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2경기서 5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 시즌 성적도 어느덧 27타수 3안타(1홈런) 타율 0.111로 곤두박질쳤다.
▲일단 기다린다
김태형 감독은 루츠에 대해서 말을 아낀다. 배려하는 인상이 강하다. 144경기 장기레이스는 단 1개월 정도 진행됐을 뿐이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자칫 루츠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경우, 루츠로선 더욱 조급해질 수 있다. 김 감독은 22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루츠를 감쌌다.
그라운드 밖에서 말썽을 피우거나 선수단 융화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루츠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30분 일찍 그라운드에 나와서 몸을 푸는 등 성실한 자세로 호평 받았다. 최근 이천(퓨처스 홈구장)에서 몸을 만들었을 때에도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 외국인타자를 당장 압박하는 건 쉽지 않다.
또한, 김 감독은 루츠의 타격 테크닉과 경쟁력이 국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진 않는다. 실제로 허리는 타격 매커니즘, 특히 중심이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직 루츠의 허리가 100%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면, 루츠가 스프링캠프서 보여줬던 최상의 타격감과 매커니즘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김 감독은 당분간 루츠에게 인내심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6번·1루수의 유효기간
대신 김 감독은 변화를 줬다. 루츠를 4번-3루수가 아닌 6번-1루수로 활용하기로 했다. 4번은 루츠가 없었을 때부터 활용했던 홍성흔을 당분간 밀어붙이기로 했다. 마침 홍성흔의 타격감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6번 이동은 부담 없이 타격감을 회복하라는 배려. 또 루츠가 없었을 때 3루수로 출전, 맹타를 휘둘렀던 최주환을 그대로 3루수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 1루수 경험이 있는 루츠로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변화.
사실 루츠의 수비 포지션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최주환의 타격감이 식으면 허경민을 3루수로 쓰면 된다. 그래도 여의치 않을 경우 루츠를 다시 3루로 돌리면 된다. 그때 1루에는 김재환이나 오재일 중 컨디션이 좋은 1명을 1군에 끌어올리면 그만이다. 때문에 루츠가 주변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3루로 돌아갈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6번이라는 타순. 두산의 라인업을 볼 때, 루츠는 궁극적으로 4번에 들어가야 한다. 엄밀히 말해서 베테랑 홍성흔은 4번에 어울리진 않는다. 물론 홍성흔이 잘해주면 두산으로선 고맙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홍성흔에게도 4번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두산은 정교하면서도 일발장타능력을 갖춘 선수는 많지만, 묵직한 한 방을 때릴 수 있는 위압감을 지닌 타자는 많지 않다. 두산이 루츠에게 기대하는 부분. 때문에 루츠의 타격감이 회복될 경우 4번으로 돌아가는 게 옳다.
그러나 만약 루츠가 6번에서도 끝내 살아나지 못할 경우 김태형 감독의 심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김 감독으로선 생각도 하기 싫겠지만, 특정 시점이 되면 루츠에게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어느 정도 설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선수가 그렇지만, 외국인선수는 국내선수보다 더욱 확실한 성적과 인상적인 활약으로 몸값을 해야 하는 게 숙명이다. 루츠를 향한 김 감독의 인내심과 냉철한 판단이 올 시즌 두산의 성적을 좌우할 수도 있다.
[루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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