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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2003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해 연기만 10년 넘은 배우 오연서는 "이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87년생 20대의 끝자락으로 30대가 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오연서는 솔직한 여배우다. 얼마 전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된 소위 '허수아비 패션' 얘기를 꺼냈더니 "그러면서 배워가는 거죠!" 하고 이를 꽉 물며 노려본다.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마치고 만난 오연서의 얼굴은 '왔다! 장보리'를 끝냈을 때보다 훨씬 밝았다.
▲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왔다! 장보리' 종영 3개월 만에 바로 들어간 '빛나거나 미치거나'였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워낙 장보리 캐릭터가 강렬했던 탓이다. 이른 차기작은 시청자뿐 아니라 오연서 본인에게도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시놉시스를 봤을 때 "안 하면 후회하겠다"는 강한 끌림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었다.
막상 처음은 우려대로였다. 장보리 때 전라도 사투리가 입에 배어 고생했다. 장보리와 '빛나거나 미치거나' 신율이 겹쳐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도 즐겼다. 남장 연기를 하는 게 즐거웠고, 촬영이 하루 종일 걸려도 청해상단 식구들과 애드리브 주고 받는 게 재미있었다. 왕소 역 장혁과는 티격태격하다 점차 사랑이 싹트는 연기를 하다 보니 감정 이입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나중에는 왕소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즐기면서 연기하니 신율에 스스로 녹아들었다. 초반의 비판도 사라졌다. 결말에 다다르자 시청자들도 신율과 함께 울었다.
다만 여전히 연기는 만족하기 어렵다.
"연기, 잘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멋모르고 혼나기 싫어서 연기했다면,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까 '잘하고 싶은데' 하고 안 따라줄 때 너무 속상하거든요. 배우란 수식어가 잘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아무한테나 붙여주진 않잖아요. '그래, 오연서가 하는 건 믿고 볼 수 있잖아' 하는 배우요. 다른 배우들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롤모델은 하정우다. 하정우가 나온 작품들을 보다 보면 '와, 천생 배우구나' 싶다. 하정우처럼 코믹, 멜로, 스릴러 가리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목표다. 오연서를 아직 스크린에선 만나기 힘든데 "지금은 선배들 많이 나오는 작품에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까 앙상블이 되는 역할로 출연하고 싶어요"라고 꿈꾸고 있었다.
▲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내년이면 서른 살이다.
오연서는 20대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돌아봤다. 오랜 무명 끝에 반짝 스타도 되어 봤고, 억울한 일에 엮여 마음고생도 했다가 다시 좋은 작품을 만나 힘겹게 재기하는 등 우여곡절이 유난히 많았던 여배우다.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이었어요. 아프기도 많이 아팠고, 기쁘기도 많이 기뻤어요. 그만큼 많이 성숙해졌잖아요" 하며 웃는다.
그래서 30대가 될 자신의 모습을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기다리고 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더 성숙해지고 싶고요. 앞자리가 바뀌는 기대감도 있어요. 그리고 30대가 되면 안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끔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릴 때가 있거든요. 이제는 똑바로 잘 서 있고 싶어요."
오연서는 자신이 떠나 보낸 신율을 향해 "신율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왠지 신율에게 보내는 말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 아닌가 싶었다.
"신율이 아마 왕소한테 갈 수 없었던 것도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떠나줬기 때문인 듯해요. 신율이 어디에선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어요. 남을 위해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율의 행복을 위해 살았기를 바랍니다."
[사진 = 웰메이드이엔티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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