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두산 홍성흔은 17년차 베테랑 타자. 팀내는 물론, KBO리그를 통틀어도 최고참 급이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었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그 어떤 위기도 극복하고 풀어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그런 홍성흔도 요즘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외국인타자 잭 루츠가 부상으로 개점휴업 하면서, 사실상 붙박이 '4번타자'로 출전 중이다. 홍성흔이 프로 17년간 4번타자로 뛴 적은 거의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성흔이를 4번으로 쓸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홍성흔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22일 목동 넥센전서 시즌 첫 홈런을 때렸으나 "아직 좋지 않다"라고 했다. 여전히 타격감이 좋지 않은데 운으로 얻어걸린 홈런이라는 것. 실제 여전히 그의 성적은 타율 0.250에 1홈런 8타점. 역설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 홍성흔의 임기응변능력과 경험이 최상급이라는 게 증명된다.
▲4번 부담감 NO
그는 "4번타자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라고 했다. 이어 "타순은 숫자에 불과하다. 4번이든 5번이든 야구는 똑같다"라고 했다. 어차피 홍성흔이 보여줘야 할 야구는 어느 타순이든 해결사 역할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물론 홍성흔은 "(양)의지나 (김)현수가 4번을 맡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팀과 팬들이 홍성흔에게 기대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홍성흔에게 김 감독은 특별한 스승. 입단하자마자 주전을 꿰찬 홍성흔. 당시 김 감독은 홍성흔의 백업 포수로 현역 말년을 보냈다. 김 감독이 은퇴한 이후엔 한동안 배터리코치-선수. 그리고 올 시즌 감독과 최고참으로 재회했다. 서로 너무나도 잘 안다. 홍성흔은 "감독님이 최근 내 스윙이 상체 위주로 돌아간다고 지적해주셨다"라고 했다. 타격코치도 아닌데 자신에게 직접 조언을 건넨 김 감독에게 감사한 표정이었다. 홍성흔은 자신을 향한 김 감독의 기대와 애정을 확인했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높아졌다.
▲야구가 어렵다
홍성흔은 대뜸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라고 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연차가 쌓이면서 많이 경험하고, 많은 메뉴얼(야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쌓였다. 야구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면서 보이는 게 많아졌고, 생각도 많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야구를 잘 몰랐던 저연차 시절엔 그저 매 타석 단순하게 접근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잘 안 된다는 게 홍성흔의 고민이다.
홍성흔은 "정말 잘 모르겠다. 야구는 단순하게 해야 잘 할 수 있는데"라고 웃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했다. "나만 잘해서 될 것 같으면 이 정도로 야구가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홍성흔은 주장을 맡을 정도의 연차는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팀 내에선 여전히 정신적 지주, 또 다른 의미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성격상 후배들이 잘못하고 있으면 지적도 해주고, 팀 전체적인 분위기도 신경 써야 한다"라고 했다. 야구는 개인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팀 스포츠다. 홍성흔은 고참으로서 자기 혼자 잘하기 위해 팀을 버릴 수는 없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홍성흔으로선 팀도 잘 챙기면서 본인도 잘 풀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부상? 변명이다
홍성흔은 17일 잠실 롯데전서 송승준의 투구에 왼쪽 손등을 강타당했다. 단순 타박상으로 판명 났지만, 여전히 통증은 남아있다. 그는 "경기에 집중할 땐 아픔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스윙 할 때마다 손에 약간의 통증을 느끼는데, 어느 정도 참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쉬어야 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기 때문.
프로가 아프다고 봐주는 게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홍성흔은 "아프지 않은 선수는 없다. 프로라면 아파서 못 뛰는 건 변명이다"라고 했다. 후배들과 팬들에게 부상이라는 핑계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썩 좋지 않은 타격감, 4번 타자라는 중책, 고참으로서의 책임감, 약간의 부상.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프로 17년차 홍성흔에게 야구가 참 어렵다. 그는 매 경기 매 타석 고군분투 중이다.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