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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6년 전, LA 다저스의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 일어났다.
현지 시각으로 1999년 4월 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가 열렸다. 다저스의 선발투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 박찬호는 다저스가 2-0으로 리드하던 3회초 대런 브래그에게 우전 안타, 에드가 렌테리아에게 몸에 맞는 볼, 마크 맥과이어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이때 맞이한 타자는 바로 페르난도 타티스. 타티스는 볼카운트 2B에서 좌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세인트루이스가 4-2로 역전한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J.D. 드류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일라이 마레로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고 또 한번 휘청거렸다.
이어 플라시도 폴랑코와 조 맥유잉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호세 히메네스의 번트가 야수선택으로 이어져 만루 위기에 놓인 박찬호는 브래그의 타구가 3루수 실책으로 이어지고 렌테리아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2점을 추가로 내줬다. 맥과이어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만루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박찬호는 우연 찮게 만루에서 다시 만난 타티스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6구째 던진 공은 담장을 넘어갔고 그렇게 '한 이닝 만루홈런 2개'가 현실이 됐다.
결국 박찬호는 2⅔이닝 8피안타(3피홈런) 2탈삼진 11실점(6자책)을 남기고 카를로스 페레즈와 교체됐다. 두 번째 맞은 만루홈런은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이날 타티스는 5타수 2안타 2홈런 8타점을 기록했고 그해 타율 .298 34홈런 107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했다.
반면 박찬호에게 1999년은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 13승 11패 평균자책점 5.23으로 부진한 그는 6월 6일(이하 한국시각) 애너하임 에인절스전에서는 팀 벨처와 언쟁 끝에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0년 18승 10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타티스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타티스와 박찬호의 관계에 대해 궁금한 팬들도 많은 듯 하다. 타티스는 24일 자신의 SNS에 "박찬호는 나의 친구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넉살을 보였다. 그리고 2년 전, 자신의 SNS에 게재했던 글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타티스는 "오늘은 내가 당신(박찬호)으로부터 만루홈런 2개를 친 날"이라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남겼었다.
타티스가 이날을 마치 '기념일'로 새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타티스는 1999년 이후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30홈런 100타점을 넘은 시즌도 그때가 유일하다. 이후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메츠 등을 전전한 타티스는 2010시즌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졌다. 통산 성적은 타율 .265 113홈런 448타점.
[페르난도 타티스와 박찬호. 사진 = AFPBBNEWS]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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