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강진웅 기자] 조금 더 길게 던질 수는 없던 것일까. kt 위즈의 최고 유망주 투수인 엄상백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프로 무대 데뷔전을 아쉽게 마쳤다.
엄상백은 26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3⅓이닝 동안 63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1피홈런) 4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팀은 이날 투타 모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넥센에 4-11로 대패했다.
엄상백으로서는 정말 아쉬웠던 프로 데뷔 무대였다. 이날 엄상백은 넥센의 강타선을 상대로 1회와 3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회초 프로에서 처음으로 상대했던 타자인 고종욱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엄상백은 고종욱을 견제사로 잡아내고 서동욱을 중견수 뜬공, 문우람을 2루수 뜬공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첫 이닝을 막아냈다.
3회에는 김재현, 고종욱, 서동욱을 상대로 삼진 1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문제는 2회와 4회였다. 엄상백은 강타자들을 잇따라 상대한 2회와 4회가 고비였고, 그는 이를 넘지 못했다.
2회초 엄상백은 박병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좋은 투구를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은 뒤 윤석민을 상대로 3구째 던진 140km 속구가 가운데로 몰리며 선제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엄상백은 4회에는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문우람과 박병호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린 엄상백은 김민성을 2루수 뜬공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폭투가 나왔고, 선제 2점포를 맞았던 윤석민을 또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결국 kt 벤치는 엄상백으로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창재로 교체했다. 그러나 믿었던 이창재가 승계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더니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이창재에 이어 등판한 최원재도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점수는 순식간에 0-10이 됐다.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이날 엄상백은 63개의 공을 던지며 속구를 25개, 체인지업 21개, 슬라이더 17개를 구사했다. 속구 최고 구속도 145km에 달할 만큼 구위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프로 무대 첫 경기여서 그런지 배짱이 부족했다.
덕수고를 졸업한 엄상백은 지난해 kt의 신인 1차지명으로 선택된 선수다. 덕수고 에이스로 청룡기 3연패를 이끌었고, 지난해 청룡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또 청소년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초 엄상백은 지난 16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천으로 취소되며 그의 등판은 무산됐고, 이날 프로 데뷔 첫 등판을 치렀다.
그러나 첫 등판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것으로 마감됐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엄상백과 같은 어린 투수들을 키워야 하는 입장인 kt가 추가 실점이 나오더라도 엄상백을 조금 더 던지게 해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kt 조범현 감독을 비롯, 코칭스태프가 엄상백의 상태를 보고 판단한 것이었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엄상백은 첫 등판에서 프로 무대의 매운 맛을 제대로 봤다. 하지만 엄상백은 아직 갈길이 먼 고졸 신인이다. 이처럼 씁쓸한 기억도 엄상백은 잘 기억해 두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며 점차 발전해 나가면 된다. 스스로에게 아쉬운 면이 많겠지만 이 경기를 교훈삼아 엄상백이 조금 더 발전하는 투수가 되길 기대해 본다.
[kt 엄상백. 사진 = kt 위즈 제공]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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