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홀딱 벗은 타격훈련이 통했다.
26일 잠실구장. KIA전을 앞두고 만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두산은 25일 KIA에 연장 10회 접전 끝 패배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샤워를 하고 퇴근 준비를 하는데, 실내연습장에서 낯 익은 선수 1명을 봤다. 오재원이었다.
25일까지 20경기서 70타수 18안타 타율 0.257 1홈런 11타점 8득점에 그쳤다. 최근 5경기서도 21타수 2안타 극도의 부진.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런 오재원을 묵묵히 믿는다. 잭 루츠가 1군에서 이탈한 뒤 5번 붙박이로 출전시키고 있다. 오재원의 5번 경험이 적지만, 김 감독은 "그런 것에 부담을 느끼면 프로가 아니다"라며 오재원 5번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다.
김 감독은 "재원이가 어제 홀딱 벗고 팬티만 입고 미친 듯이 치더라. 샤워하고 나왔는데 그때까지도 치고 있더라. 그래서 '집에 가'라고 말했다"라고 했다. 괜히 역정을 냈지만, 김 감독은 내심 흐뭇했다. 오재원이 왜 홀딱 벗은 채 타격훈련을 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김 감독은 그가 자발적으로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머지 훈련을 소화한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사실 김 감독은 25일 경기를 앞두고도 "재원이가 잘 안 되는 게 뭔지 보인다. 안타 하나만 터지면 다시 감각이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대표 2루수다. 이미 수년간 보여준 커리어가 있다. 극심한 슬럼프 끝에는 반전이 기다리는 게 타격의 이치.
오재원의 방망이가 아주 중요한 순간이 타올랐다. 이날 역시 5번 2루수로 선발출전한 오재원은 3안타를 날렸다. 2회와 6회 안타를 날리며 부활을 예고했다. 그리고 8회 결정적인 한 방이 터졌다. 2-3으로 뒤진 상황. 1사 1루서 KIA 강속구투수 한승혁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남기는 결정적인 2루타를 날렸다. 발 빠른 대주자 정진호가 홈으로 들어오기 충분한 타구였다. 최근 부진을 완벽하게 씻는 일종의 속죄타.
결국 홀딱 벗은 채 팬티만 입고 임했던 타격훈련이 통했다. 나머지 훈련의 땀과 열정은 오재원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재원.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