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침내 단독선두로 올라선 두산.
최근 4연패로 흔들리는 삼성을 2위로 밀어냈다. 고작 0.5경기 차이다. 단 1경기에 순위는 또 다시 뒤바뀔 수 있다. 144경기 장기레이스의 초반. 순위는 크게 의미 없다. 다만,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산이 1위에 오른 과정.
올 시즌 두산을 우승후보로 꼽은 사람은 많았다. 그런데 변수가 많았다. 일단 사령탑이 교체됐다. 김태형 감독의 야구는 베일에 가려있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보자. 타선은 강력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이냐에 따라 그 위력도 달라질 수 있었다. 선발진도 좋지만, 이현승과 노경은의 활용 방법에 대해 결정을 해야 했다. 불펜은 아킬레스건. 풀타임 경험을 갖춘 투수가 많지 않고, 정재훈 이용찬이 빠져나간 공백은 컸다. 필승계투조를 새롭게 꾸려야 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은 사령탑 첫 시즌의 출발이 좋다. 두산의 화끈한 야구가 돌아왔다는 말에 "결과가 좋아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각종 변수를 통제한 건 김 감독 자신이다. 두산을 단독선두에 올린 사실 그 자체보다, 선두에 올려놓은 과정이 인상적이다.
▲부상자 속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으로선 힘들었다. 위에서 설명한 변수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서 부상자가 연쇄적으로 나왔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막판 노경은이 턱 관절에 부상했다. 김 감독은 노경은을 마무리로 쓰려고 했다. 하지만, 미야자키 캠프를 소화할 수 없었다. 결국 김 감독은 윤명준을 마무리로 내세우기로 결정했다.
시범경기 막판 더스틴 니퍼트(골반), 이현승(타구에 손가락 부상)이 연이어 이탈했다. 니퍼트는 부동의 1선발. 1선발의 시즌 초반 이탈은 선발로테이션이 헝클어지는 걸 의미한다. 여기에 이현승의 이탈은 대체 5선발을 구해야 한다는 의미. 김 감독은 유네스키 마야를 1선발로 기용했다. 시범경기서 인상적이었던 진야곱을 대체 5선발로 내세우며 위기 탈출을 시도했다.
시즌이 시작되면서 민병헌, 김현수, 허경민, 잭 루츠 등 야수 부상자도 줄지어 나왔다. 김 감독은 정진호, 최주환, 고영민 등을 활용, 공백을 최소화했다. 두산 야수진은 두껍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을 충분히 활용했다. 투타에서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재빨리 플랜 B를 내놓았고 흔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이현승과 루츠가 전력에 없지만,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다.
▲믿음과 관리
결국 김 감독의 관리야구가 빛을 발한다고 봐야 한다. 초보감독답지 않게 흔들리지 않고 철저히 미래를 내다본다. 사실 위에 거론한 부상자들 중에서 장기 이탈이 불가피한 케이스도 있지만, 참고 뛰어도 될 수준의 선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아픈 선수들을 되도록 쉬게 한다. 144경기 장기레이스. 당장의 성적에 목을 메지 않는다. 지금 전력을 잘 다져놓고, 승부는 8~9월에 본다는 대전제가 확고하게 깔려있다. 김 감독이 "지금 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기니까 두산다운 야구가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한 이유.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꼬인 매듭을 잘 풀어가고 있다. 야수는 특유의 두꺼운 백업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루츠가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뒤 최주환의 3루 기용은 대박을 쳤다. 김현수 민병헌도 무리시키지 않는다. 김 감독은 28일 잠실 KT전서는 손목이 조금 좋지 않은 김현수를 아예 기용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대전 한화전서 허벅지를 다친 민병헌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타율 1위까지 올랐다. 1루수로 밀어붙였던 김재환은 부진에 시달리자 2군으로 잠시 내린 뒤, 다시 1군에 복귀시켰다. 김재환의 타격감은 최근 좋은 편.
마운드 관리가 더욱 눈에 띈다. 임시 5선발 진야곱은 불안해도 계속 기회를 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안도 없고, 진야곱의 재능을 살려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현승에게 충분히 재활할 시간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 노경은이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지만, 김 감독은 마무리가 아닌 적응기간을 거쳐 불펜 필승조 활용을 선언했다. 마무리 윤명준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마무리 윤명준, 셋업맨 이재우 김강률 함덕주로 필승조를 꾸렸다. 윤명준 김강률 함덕주가 예상대로 개막 초반부터 심한 기복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철저하게 감싸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윤명준은 잇따라 결정적 홈런을 맞으며 의기소침했지만, 김 감독은 무한 신뢰 중이다. 가장 좋지 않았던 함덕주는 큰 점수 차에서 등판시켰다가 다시 박빙승부에 투입시키고 있다. 필승조에서 빼진 않은 대신, 자신감을 회복시키기 위한 김 감독의 배려.
▲류중일+김경문이 보인다
보통 초보 사령탑은 자신의 색깔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과감한 용병술을 띄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김 감독에겐 그런 게 느껴지지 않는다. 장기 레이스를 감안,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 삼성에 강한 에이스 니퍼트의 등판 간격을 조절, 주말 삼성전에 내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순리대로 가는 게 좋다"라며 로테이션을 건드리지 않았다. 실제 니퍼트는 29일 잠실 KT전에 선발 등판한다. 자연스럽게 주말 대구 원정 등판은 불가능해졌다.
철저한 관리야구는 마치 삼성 류중일 감독을 보는 듯하다. 류 감독의 주특기가 갖고 있는 전력을 적재적소에 활용, 팀 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부상자를 절대로 무리시키지 않고, 선수를 믿어주며, 자존심을 꺾지 않는다. 지금 김 감독이 크고 작은 부상자를 관리하는 방식이나 아킬레스건인 불펜 필승조 활용을 하는 방식은 류 감독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한편으로 경기 운영 스타일에선 김 감독의 직속 스승 김경문 NC 감독과 흡사하다는 평가가 상당히 많다. 경기 초반 어지간해선 희생번트를 대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힘 대 힘으로 부딪히려는 성향이 강하다. 최고참 홍성흔도 "김경문 감독님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감독님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다. 무서운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문 감독과 마찬가지로 뚝심과 카리스마가 보인다는 것.
두산은 겉으로 볼 땐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장원준 영입 외엔 눈에 띄는 전력 보강도 없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김태형 감독의 관리야구가 곳곳에 스며들었다. 김 감독 말대로 지금 1위는 큰 의미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이 두산이라는 팀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건 확실하다. 현 시점에서 1위 그 자체보다 김 감독의 관리야구가 주목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김태형 감독(위),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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