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수원 안경남 기자] “바르셀로나에서는 7대3 또는 8대2의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경기를 한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비슷하거나 밀릴 때가 많아서 적응하기 조금 힘든 게 사실이다”
어쩌면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리틀 메시’ 이승우(17,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가 될지도 모른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이승우와 한국대표팀에서의 이승우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아시아 무대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이 즐비한 국제대회에서는 이승우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변수다.
[WHY] 이승우는 자신에게 화나 있다
이승우는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수원JS컵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 4-1-4-1 포메이션의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62분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몇 차례 번뜩이는 폭풍 드리블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지만 기대했던 골은 없었다. 교체 사인을 본 이승우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벤치에 앉지 않고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승우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다른 사람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볼 터치, 마무리 등 모든 면에서 미흡했다.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4~5점을 부여했다.
분명 이승우에게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다. 이는 이승우의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승우의 첫 드리블은 전반 7분에 처음 나왔고 슈팅은 후반 1분이 유일했다. 적어도 우리가 스페인 언론을 통해 소식을 듣는 이승우는 이것보다 더 나은 선수였다. 그러나 이날은 그렇지 못했다.
[WHY] 이승우는 왜 전반에 고립됐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크게는 ‘2가지’가 이승우를 힘들게 했다. 첫째는 벌어진 간격이다. 한국은 전반에 우루과이의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안익수 감독은 미드필더와 수비의 간격을 상당히 촘촘하게 세웠다. 하지만 전체적인 라인이 뒤로 쏠리면서 ‘원톱’ 이승우와의 거리가 멀어졌다. 위의 경기 사진이 이를 보여준다.
안익수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이렇게 말했다. “4-1-4-1을 가동했는데 전반전에는 이승우와 동료들간에 공간이 발생했다. 그래서 (하프타임에) 공격적인 상황과 이승우의 역할 그리고 동료들의 지원을 통해 원활한 공격루트를 가져가자고 했다. 그것이 후반전에는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 후반 들어 이승우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좁아졌다. 수비라인이 전반보다 전진했고 이승우도 좀 더 내려와 볼을 받으려 했다. 또 교체로 들어온 이동준이 측면보다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승우의 고립도가 줄었다. 후반 6분 결승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WHY] ‘바르사’ LEE vs ‘U-18 팀’ LEE
두 번째는 점유율이다. 2011년 바르셀로나로 건너간 이승우는 일명 ‘티키타카(Tiki-Taka: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로 불리는 바르셀로나 시스템에서 자랐다. 바르셀로나 패스 축구의 핵심은 점유율이다. 볼을 최대한 많이 소유해 전방부터 상대를 압박하고 공격한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의 이러한 점유율 축구에 익숙해있다. 그가 대표팀 적응에 애를 먹은 이유다.
이승우는 경기 후 “바르셀로나에서는 7대3 또는 8대2의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경기를 한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비슷하거나 밀릴 때가 많아서 적응하기 조금 힘든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점유율 지원을 받지 못한 이승우는 홀로 고립됐다.
다행인 점은 이승우 스스로 이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이승우는 점유가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길 원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의 대표팀이 이승우에게 주는 경험의 가치는 값지다. 안익수 감독은 “이승우는 성장 과정에 있다. 지금의 경험이 7월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을 임팩트 있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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