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딜레마가 발생할 조짐이다.
대한농구협회와 KBL, WKBL은 내달 4일 국가대표운영위원회(이하 국대위)를 개최한다. 남녀 농구대표팀 운영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간다. 올해 남녀 성인대표팀은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우승국가에만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 남녀 동반 출전하지 못했던 한국으로선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남자의 경우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20년만에 올림픽 참가를 노린다. 그런데 감독 선임을 놓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은 29일 전화통화서 "국가대표 감독은 최고의 사령탑을 뽑는 게 기본적인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방 회장은 2017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홈&어웨이 시스템 도입에 대비, 늦어도 내년에는 감독 전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구단 감독, 아시아선수권 맡을 수 있나
이번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는 9월 23일부터 10월 3일(중국 후난)까지 열린다. 그런데 최근 KBL 수뇌부와 10개구단 단장들은 미국 워크샵을 통해 다음 시즌 개막을 9월 12일로 결정했다. KBL 김영기 총재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구단별 주당 2경기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 결과 개막이 1개월 가량 앞당겨졌다. 이 사안은 이변이 없는 한 이사회 통과가 유력하다.
결국 정규시즌 초반 일정과 아시아선수권대회 일정이 겹친다. 10개 구단은 시즌 초반 핵심 선수 공백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감독 전임제가 도입되지 않은 현 대표팀 운영 시스템에선 지난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팀(불가능할 경우 4강팀 감독 중에서 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게 원칙. 방 회장도 당장 전임제 도입이 쉽지 않다면 프로 구단에서 대표팀 사령탑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일정이 진행되는데 소속팀을 내버려두고 대표팀에 합류할 감독이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대표팀 훈련 기간도 필요하다. 시기상 프로구단들이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할 시기. 결국 프로구단 감독이 이번 대표팀을 맡을 경우 소속팀 막판 훈련은 물론, 정규시즌 초반까지 팀을 옳게 돌보지 못한다는 의미. 모 구단 코치는 "과연 어느 팀이 정규시즌 초반 일정과 아시아선수권대회가 겹치는데 감독까지 차출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감독과 구단 모두에게 부담스럽다는 것. 실제 9년 전 도하아시안게임이 프로농구 일정과 겹쳤다. 당시 남자대표팀은 프로구단 감독이 아닌 최부영 감독(당시 경희대 감독)이 지휘했다. 결국 올 가을 상황을 놓고 보면 프로구단 감독에게 대표팀을 겸임시키는 게 부담스럽다. 시기와 환경상 이번에 전임제 도입을 추진하는 게 맞다.
▲전임제 도입의 딜레마
방 회장은 "늦어도 내년부터는 전임제가 필요하다. 이번 국대위에서 전임제 도입에 대해 KBL, WKBL과 논의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올해부터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는 의미.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전임제는 체제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경우 그 비용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농구협회의 예산은 그렇게 많지 않다.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직접 실시한다. 예산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필요한 예산을 직접 KBL로부터 책정 받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대위가 감독 전임제를 곧바로 도입하더라도, 당장 최적의 사령탑을 뽑을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외국인감독 선임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프로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재야 농구인에게 감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그들 중 최적의 사령탑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
방 회장은 "대표팀 감독은 국내 최고 감독이 맡는 것이다"라는 기본 원칙을 천명했다. 이어 "프로농구는 국내잔치고, 아시아선수권대회는 내년 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라고 강조했다. 결국 당장 올해만큼은 프로구단 감독이 사명감을 갖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주길 바라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이상 국가대표에 애국심만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번 남자농구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는 국대위와 농구계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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