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만나요"…폴 매카트니, 마지막을 논할 수 없다[MD리뷰①]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영국 팝의 전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73, Paul MacCartney)는 말 그대로 전설이었다.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뮤지션이었다. 매카트니는 기타와 피아노를 쳤고, 여전히 변치 않는 노래를 불렀다. 이번 공연이 폴 매카트니의 첫 내한 콘서트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지만 아직 그의 마지막을 논하기엔 이르다.

2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선 폴 매카트니의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 아웃 데어(OUT THERE)'가 열렸다. 여름의 더위가 낮에 이어졌지만 오후가 깊어지면서 차츰 바람이 불고 비 예고까지 있었다. 콘서트로 향하면서 걱정 됐던 것은 다름 아닌 매카트니의 컨디션이었다. 그는 앞서 지난해 5월 한 차례 첫 내한 콘서트가 예정됐었지만, 일본에 체류 중 바이러스성 염증에 다른 건강 악화로 공연을 전면 취소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 매카트니가 어떤 컨디션으로 공연을 펼칠 지는 적지 않은 팬들의 화두였다.

염려 됐었던 건강이나 체력적 문제는 완전히 불식시켰다. 매카트니는 2시간 40분의 공연 시간 동안 지친 기색 없이 무대를 꽉 채웠다. 그의 상태를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매카트니의 무대는 완벽에 가까웠다. 2시간 4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물도 거의 마시지 않고, 옷을 갈아입을 짧은 쉼도 갖지 않은 채 거침 없이 달려 나갔다. 비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끄덕 없었다. 오히려 그는 "비가 꽤 많이 내리지만, 우린 상관 없어요. 그렇죠?"라며 "비가 오면 잔디에 좋잖아요"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잠실벌은 4만5000명의 관객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공연 중간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관객들은 개의치 않고 매카트니와 호흡했다. 오히려 비바람이 거세질수록 팬들의 열기는 뜨거워졌고,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세계적인 히트곡 '렛잇비'(Let it be), '헤이주드'(Hey Jude), '예스터데이'(Yesterday)를 비롯해 매카트니는 총 37곡의 명곡들을 소화했다. 비틀스의 명곡부터 최근 발매한 솔로곡까지 다채로운 음악들을 펼쳐보였다. '에이트 데이즈 어 위크(Eight days a week)', '세이브 어스(Save Us)'를 시작으로 '제트(JET)', '올 투게더 나우(All together now), '러블리 리타(Lovely Rita)', '헤이 쥬드(Hey Jude)',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 Di Obla Da)', '예스터데이(Yesterday)', '렛 잇 비(Let it be)', '하이 하이 하이(Hi hi hi)', '호프 포 더 퓨처(Hope For The Future)', '히어 투데이(Here Today)', '섬싱(Something)' 등이었다.

이 중 '히어 투데이'는 먼저 세상을 떠난 멤버 존 레넌에게, '섬씽'(Something)은 또 다른 멤버 조지 해리슨에게 헌정됐다. 매카트니는 "존을 위한 노래입니다", "이 곡은 조지를 위한 노래"라고 한국어로 설명하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또, '메이비 아임 어메이즈드'(Maybe I'm Amazed)는 세상을 떠난 전 아내 린다 매카트니에게 불렀다. 현재 함께 하고 있는 현재 아낸 낸시 쉬벨에게도 '마이 밸런타인'을 부르며 로맨티스트의 면모를 뽐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는 매카트니의 성격이 잘 들어난 세트 리스트였다.

이날 매카트니는 한국어를 심심치 않게 구사하며 국내 팬들을 위해 배려했다. 또, 재기발랄한 애교를 비롯해 태극기와 영국 국기를 무대 위에 올리며 한국과 한국 팬들에 대한 깊은 존중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의 앙코르 끝에 무대를 정말로 마치기 전 매카트니는 "다시 만나요"라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찾았던 콘서트에서 예상치 못했던 매카트니의 약속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의 폴 매카트니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우리네의 인생이지만 '다시 만나자'는 그의 약속이 조금은 믿음직스러웠다. 그 근거는 이날 보여준 폴 매카트니의 에너지와 열정에 있었다.

오늘날의 폴 매카트니를 있게 해준 비틀스는 존 레논,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로 이뤄졌다. 비틀스는 세계 대중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룹으로 수 많은 히트곡을 가진 밴드다. 1969년 10월 발매된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가 공식적인 마지막 앨범이다. 1970년 4월 10일 폴 매카트니가 솔로 앨범 발매와 동시에 비틀즈 탈퇴를 선언하며 해체됐다. 폴 매카트니는 이후 린디 이스트먼과 함께 그룹 윙스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비틀스 중앤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만 생존해 있다. 존 레논(1940년 10월 9일-1980년 12월 8일)은 뉴욕 맨해튼 자택 앞에서 열성팬이 쏜 총에 맞고 사망했다. 조지 해리슨(1943년 2월 25일-2001년 11월 29일)은 LA에서 투병해 왔던 암으로 숨졌다.

폴 매카트니는 3일 영국으로 귀국한다. 오는 6월과 7월에 걸쳐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월드 투어를 개최한다.

[밴드 비틀스 폴 매카트니. 사진 = 현대카드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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