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낯간지럽지 않은 이가 있다. 뮤지컬 팬들에게 '여왕'이라고 불리는 뮤지컬배우 김선영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뮤지컬 스타. 여배우에겐 취약할 수 있는 단독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것, 객석을 꽉 채울 수 있는 것도 '여왕'에 걸맞은 실력과 스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영은 지난 4, 5일 양일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단독콘서트 'THE QUEEN’S LOVE LETTER'를 개최했다. 그곳엔 우리가 좋아하는 뮤지컬배우 김선영과 그간 볼 수 없었던 인간 김선영이 있었다.
여왕의 러브레터, 2010년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이후 6년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 김선영은 사랑, 우정, 행복, 이별, 슬픔 등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넘버들과 토크로 관객들을 만났다. 뮤지컬스타다운 카리스마와 인간미 넘치는 그만의 감성이 공존했다.
4일 공연에서 몸을 푼 김선영은 5일 공연에서도 그 감성을 이어갔다. 데뷔 17년차, 김선영은 팬들과 더 가까워졌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팬들에게 또 다른 공감으로 다가왔다. 김선영과 팬들이 함께 해 진정으로 따뜻한 공기가 채워졌다.
김선영은 '엔젤'(Angel),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를 부르며 등장했다. 관객들은 김선영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있었고, 김선영은 한층 편안한 표정으로 관객들과 마주했다.
조용히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열창한 김선영은 뮤지컬배우로 데뷔하기 전 KBS 합창단으로 활동하던 시절, 뮤지컬배우가 되고자 마음 먹고 오디션을 봤을 때의 자신을 떠올리며 휘트니휴스턴의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 뮤지컬 '캣츠' 넘버 '메모리'(Memory) 무대를 선보였다. 뮤지컬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하던 때의 김선영을 만날 수 있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어린 나이에 조숙한 감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해준 세명의 오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금은 평범한 가장으로 살고 있지만 자신에겐 그 누구보다도 대단한 예술가인 오빠들의 영향을 받았던 과거를 회상하며 들국화의 '사랑한 후에', '그것만이 내 세상'을 김선영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정신없이 4남매를 키우며 빠른 걸음을 걷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운동회 때 엄마를 기다리다 눈물을 왈칵 쏟았던 일화, 함께 중국 음식점에 가서 짬뽕을 먹던 기억 등 김선영의 추억이 관객들의 추억과 맞물렸다. 엄마를 생각하며 부른 '섬집아기'는 그래서 더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뮤지컬배우 정선기의 안무가 함께 해 돋보였던 '비아 돌로사'(Via Dolorosa)에 이어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웬 아이 룩 엣 유(When I Look At You)'를 열창한 김선영은 뮤지컬 넘버 뿐만 아니라 팝, 가요 등 다양한 선곡을 자랑했다. 곽진언의 '자랑' 역시 그 일환이었다.
김선영의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던 것은 게스트와의 무대였다. 4일 공연에서 가수 휘성, 뮤지컬배우 조정은과 무대를 꾸몄던 김선영은 공연 둘째날 파격적인 콜라보를 선보였다. 힙합그룹 배치기와 무대를 꾸민 것. '눈물샤워'에 이어 '킬링 미 소프트리 위드 히즈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이색적인 콜라보가 관객들을 들뜨게 했다.
배치기와 함께한 무대로 흥이 제대로 오른 김선영은 '왓 어 필링'(What a Feeling)과 '깊은 밤을 날아서', '붉은 노을'을 연달아 열창하며 뜨거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그 흥을 함께 했다.
이어진 무대에서 등장한 게스트는 그의 동료이자 남편인 뮤지컬배우 김우형. 뮤지컬 '위키드'의 '애즈 롱 애즈 유어 마인'(As Long As Your Mine) 듀엣 무대로 동료 그 이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김우형은 동료이자 아내인 김선영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을 드러냈다.
남편으로서 묵묵히 뒤에서 그녀를 응원하겠다고 전한 김우형은 김선영의 이번 콘서트가 좋은 공연임을 숨길 수 없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 bye) 무대를 통해 김선영 콘서트를 더욱 알차게 만들었다.
이어 김선영은 뮤지컬 속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그를 대표할 수 있는 뮤지컬 넘버들을 연달아 열창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 뮤지컬 '위키드'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로 가창력을 뽐낸 그는 22살에 상경한 자신의 모습과 닮아 좋아한다는 뮤지컬 '에비타'의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무대를 꾸몄다.
그녀의 과거와 추억을 함께한 뒤에는 그녀의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었다. '비상', '어 뉴 라이프'(A new life),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에 이어 마지막엔 앞서 발표한 첫 디지털 싱글 '바라다' 무대를 선보였다. 직접 작사한 만큼 인간 김선영의 진가가 진하게 전해졌고, 그가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따뜻한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김서룡 연출, 변희석 음악감독과 함께 8인조 밴드와 함께 꾸며진 콘서트는 음악적으로도 단연 풍성했다.
다양한 장르의 선곡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 김선영은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남자 배우들도 쉽지 않은 단독 콘서트를 다소 취약할 수 있는 여배우가 개최하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만큼 책임감도 있었다. 가족을 비롯 지인들, 팬들로부터 받는 사랑에 대해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여자 후배들에게 많은 기회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도 잊지 않았다.
뮤지컬배우 김선영의 매력은 이미 그녀를 '여왕'으로 칭할 만틈 팬들에게 깊게 전해졌다. 이 가운데 단독 콘서트를 통해서는 인간 김선영의 매력이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했다. 왜 그녀가 '여왕'인지, 그 수식어가 왜 부끄럽거나 낯간지럽지 않은지 증명했다.
[뮤지컬배우 김선영 단독 콘서트 공연 이미지.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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