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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일생일대의 성공 기회가 당신의 눈 앞에 있다. 구설수에 휘말리면 안되는 상황에서 우발적 살인을 저질렀다. 만약, 당신이라면?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 제작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하는 기구한 운명의 최창식 반장 역할에 손현주가 열연을 펼쳤다.
6일 오후 진행된 '악의 연대기' 언론시사회에서 손현주는 권력과 진급·성공에 목마른 베테랑 강력반 반장이자 아내와 하나뿐인 아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아버지, 자신 앞에 닥친 두려움에 벌벌 떠는 약자, 그러다가도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표독하게 돌변한 악마적 캐릭터 모두를 다채롭게 표현했다.
영화는 특급 승진을 앞두며 승승장구하던 최반장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커다란 호수를 손바닥으로 급하게 가리려는 최반장의 불안한 마음에 관객들이 푹 빠져들어간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 수사의 지휘를 하게 된 최반장은 완전 범죄와 이실직고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한다. 또 죽었던 시체가 자신을 조롱이나 하듯,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려 그를 분노케 하는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미 그 순간 관객들은 최반장이 된다.
영화의 8할은 시나리오와 손현주에 있다. 소재를 생각한 지 2주 만에 집필을 완성했다고 알려진 '악의 연대기'는 마치 미로에 뛰어든 게임 속 아바타처럼 머릿속을 뒤흔든다. 제목처럼 악(惡)의 연대(사건의 차례를 따라 주요한 사실을 벌여놓은 것)를 치밀하도록 자세히 그려낸 이 작품은 추적 스릴러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화려한 액션보다는 감정라인에 충실했다.
'악의 연대기'에 손현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듬직한 오른팔인 오형사 역의 마동석, 신참 형사로 최반장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갈등하는 차동재 역의 박서준, 극악무도한 김진규 역을 맡은 최다니엘 등 작품 속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이 잘 어우러져있어 몰입도를 높인다.
아쉬운 점은 과해보이는 인물 간의 개연성과 반전의 클리셰다. 특히 스릴러는 응당 반전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속에, 후반부 관객들에게 던지는 반전 폭탄이 가져다주는 뒷맛은 그리 깔끔하지만은 않다. 굳이 반전을 설치하지 않아도 초·중반까지 놓인 탄탄한 장치들이 후반부까지 끌고 갈 수 있었지만 마지막 또 한 번 꺾기를 사용한 것은 과도한 느낌을 준다.
우연의 일치일까.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끝까지 간다'와 비슷해보일 수 있는 구조다. 주인공이 사람을 죽였다는 설정과 사건을 충분히 은폐할 수 있다는 형사라는 직업적 특성, 1인칭 시점으로 작품을 따라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덫이 깔려있는 미로를 풀어나가는 최반장의 모습은 '끝까지 간다' 고건수(이선균)보다 더 치밀하고 섬뜩하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는 이 세상 누구보다 비참하다. 결국 최반장을 통해 관객들은 102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는 인생의 깊은 롤러코스터를 경험할 수 있다. 오는 14일 개봉.
[영화 '악의 연대기' 스틸컷.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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