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혀 신경 쓰지 마라고 했죠."
주중 3연전서 삼성에 1승2패 루징시리즈를 기록한 넥센. 6일 경기가 아쉬웠다. 두 차례 주루사가 결정적이었다. 0-4에서 3-4로 턱밑까지 추격한 7회말이 승부처였다. 염경엽 감독은 유한준이 2타점 중전적시타를 치고 동점주자로 1루에 나가자 대주자 임병욱을 투입했다. 어떻게든 동점 혹은 역전까지 하겠다는 의지.
그러나 임병욱은 안지만에게 견제사를 당했다. 무사 1루가 순식간에 1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후속 윤석민, 김민성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경기 흐름이 다시 삼성으로 넘어갔다. 물론 8회 피치아웃에 김하성이 주루사를 당한 것도 컸지만, 넥센으로선 임병욱의 견제사는 본인의 실수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그는 여전히 만 20세의 2년차 내야수.
▲프로는 전략
염 감독은 7일 경기를 앞두고 임병욱의 견제사를 냉정하게 돌아봤다. 그는 "프로는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 '난 살아야 돼, 아웃되면 안 돼'는 아니다. 전략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계획한대로 플레이해야 대주자로서 1인자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대주자라면 당시 안지만-이지영 배터리의 특성을 미리 파악해야 했다.
염 감독은 "안지만은 견제가 매우 좋다. 리그 1~2위를 다툰다. 견제구는 1.2초만에(세트포지션에 들어간 이후) 던지면 보통 수준이고 1.3초가 넘어가면 늦다. 그런데 안지만은 0.9초만에 던진다"라고 평가했다. 대주자 임병욱은 안지만의 빠른 견제를 경계해야 했다. 염 감독은 "0.9초는 걸어서 들어가면(1루 견제에 귀루) 100% 아웃이다. 무조건 슬라이딩을 해서 1루에 귀루해야 한다. 임병욱은 평소보다 스킵 동작을 줄였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지만이 마운드에 있다고 해서 공격적인 주루를 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염 감독은 "안지만은 견제 동작이 빠른 대신 다리를 높게 든다. 슬라이드스텝 시간이 길다. 임병욱의 빠른 발이라면 안지만의 투구를 확인하고 뛰어도 2루에 살 수 있겠다 싶어서 넣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스킵을 약간 줄이되, 안지만이 다리를 드는 걸 확인하고 스킵을 했다면 공격적 주루도 가능했다. 또한, 염 감독은 "이지영의 어깨도 그렇게 강하지는 않은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서건창도 견제사 당했다
염 감독은 6일 경기 후 직접 임병욱을 불러 "전혀 신경 쓰지 마라"고 얘기했다. 그는 "그것도 임병욱이 커가는 과정이다. 서건창도 견제사를 당하면서 컸다. 그런 과정 없이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프로야구 선수는 좋은 것만 경험하면서 성장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임병욱이 견제사를 당했다고 해서 야단을 치면 오히려 트라우마만 생길 것이라는 게 염 감독 설명.
염 감독은 임병욱을 좋은 내야수로 키우려고 한다. 육성 전략은 정해졌다. 그는 "본인도 알고 있다. 유재신이 발바닥이 조금 좋지 않아 1군에 올라오지 못해서 1군에 좀 더 머무르는 것이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대주자 요원 유재신이 1군에 올라올 수준의 몸 상태가 갖춰지면 임병욱을 2군에 보낼 계획이다.
염 감독의 확고한 지론. 퓨처스리그는 1군에서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하는 무대. 단, 육성이 필요한 유망주를 우선 1군에서 프로의 맛을 느끼게 해준 뒤 퓨처스에 다시 보내는 방법을 즐긴다. 현재 1군에 올라온 신인 송성문 역시 5~6경기 정도 주전 2루수로 뛰게 한 뒤 다시 2군으로 내릴 계획이다. 일단 1군의 높은 벽에 부딪히게 한 뒤 퓨처스리그서 자신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의미도 있다. 염 감독은 "1군에서 조금 뛰어봐야 퓨처스리그 적응도 수월하다. 퓨처스에서 감이 좋아지면 다시 1군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임병욱의 장래를 생각했다. "당장 대주자로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임병욱은 장기적으로 대주자로 뛰어야 할 선수가 아니다. 20홈런 20도루가 가능한 선수로 키워야 한다"라고 했다. 퓨처스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20-20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 염 감독은 "나중에 임병욱을 주전 외야수로 써야 할 때가 온다. 견제사가 임병욱에게 좋은 경험이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 임병욱 견제사를 바라보는 염 감독의 시선에 자신의 야구철학과 팀 운영 비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임병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