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형우 야구에 이승엽이 보인다.
삼성 부동의 4번타자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거포 최형우. 올 시즌 행보는 매우 놀랍다. 7일까지 성적을 살펴보자. 타율 0.331(11위) 12홈런(2위) 36타점(1위) 23득점(6위) 출루율 0.409(17위) 장타율 0.678(3위) OPS 1.087(4위) 득점권타율 0.382(11위) 결승타 9개(1위). KBO리그 최상위 클래스 성적.
본래 최형우는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6일 목동 넥센전서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최근 8년간 무려 182홈런을 쳤다. 2008년과 2012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20홈런 이상만 5차례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8홈런만 더하면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역대 두번째(2009년~2011년 이미 한 차례 달성) 달성한다. 또한, 최근 8년간 장타율이 5할 밑으로 떨어진 건 단 두 시즌에 불과하다.
그런 최형우가 달라졌다. 원래 무서운 데 더 무서운 타자로 업그레이드 됐다. 특유의 꾸준함과 영양가 높은 타격에 폭발력까지 장착했다. 현 시점에서 최형우를 국내 최고 왼손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젠 최형우 야구에 현역 레전드 이승엽이 보인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승부처 임팩트 업그레이드
31경기를 치른 현 시점에서 12홈런은 의미가 크다. 9.8타수당 1홈런. 잔여 113경기서 4타수를 꼬박 기록한다고 가정할 때, 올 시즌 무려 58홈런까지 가능하다. 물론 144경기 레이스가 처음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페이스는 완만하게 깎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록한(31홈런) 한 시즌 개인 최다홈런을 넘어 데뷔 첫 40홈런은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40홈런까지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50홈런에도 도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타점 역시 150개까지 가능한 수준. 자신의 커리어 하이는 2011년의 118개. 16경기 늘어났지만, 4번타자의 기본 덕목 홈런과 타점이 크게 치솟을 조짐. 그만큼 기본적인 파괴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최형우가 진짜로 무서운 건 승부처에서의 효율성이 너무나도 좋기 때문이다. 이미 올 시즌 결승타만 9개를 쳤다. 2위그룹이 4개라는 걸 감안하면 단연 눈에 띄는 수치. 삼성의 21승 중 9승을 자신의 방망이로 해결했다는 의미. 이미 지난해 결승타 개수와 동률을 이뤘다. 그만큼 결정적인 순간에 방망이가 더욱 날카롭게 돌아간다.
기본적으로 최근 5시즌 중 4시즌 득점권타율 0.320 이상을 때린 꾸준함을 갖고 있다. 애버리지(타율)도 2012년을 제외하곤 2011년부터 계속 3할 이상을 때렸다. 꾸준함과 영양가 있는 타격에 결정적인 임팩트까지 좋아졌다. 7일 목동 넥센전 만루포는 실투가 아니었다. 최형우가 낮은 슬라이더를 잘 공략한 것이었다. 첫 타석 솔로포는 바깥쪽으로 살짝 빠진 직구를 기가 막히게 잡아당겼다. 구종을 가리지 않는다. 안타 혹은 홈런으로 연결할 수 있는 코스가 많다. 한 마디로 완성형 타자.
▲이승엽이 보인다
최형우의 최근 몇 년간 행보는 이승엽의 전성기와 닮은 부분이 있다. 물론 현역 레전드 이승엽의 전성기를 지금 최형우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아무리 최형우가 날고 긴다고 해도 일본진출 직전 이승엽의 존재감과 임팩트는 역대 최강이었다. 홈런만 봐도 최형우의 커리어 하이는 지난해 31개. 이승엽은 2003년 56개 포함 40홈런 이상만 세 차례 기록했다. 이승엽은 3개만 더 치면 KBO 최초 400홈런을 달성한다.
그런데 이승엽이 진짜 전설인 이유는 최악의 부진에 시달렸던 2013년 정도를 제외하곤 계속해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는 지난해 결승타 17개로 에릭 테임즈(NC)와 함께 리그 1위였다. 굳이 과거 국제대회와 한국시리즈 등 큰 경기에서의 결정적 한 방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각종 운동능력이 떨어졌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정확성과 장타력, 결정적인 영양가 있는 한 방을 지닌 전설적인 타자다. 핵심은 이런 이승엽 고유의 장점을 최형우가 고스란히 갖고 있고, 유지 및 향상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최형우는 여전히 만 32세, 앞으로 더 보여줄 게 많은 타자다.
또 하나. 이승엽은 지독한 연습벌레다. 스스로 타격폼과 매커니즘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타고난 타자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전설 반열에 오른 원동력은 노력이다. 일본에서 갖은 고초 속에 8년을 버틴 것 자체가 또 다른 성공이다. 2013년 부진 이후 지난해 배트를 비스듬하게 눕혀 공에 반응하는 시간을 줄였다. 배트스피드가 떨어진 것에 대한 대응. 결과는 알다시피 32홈런으로 대성공.
최형우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노력파에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게 이승엽과 비슷하다. 2005년 방출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밑바닥의 처참함을 잘 안다. 2008년 재입단 후 화려한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감동 드라마였다. 2011년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른 뒤 2012년 최악의 부진에 시달렸다. 이 역시 또 한번의 성장통. 2013년과 지난해, 올해까지 계속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형우가 이승엽의 대를 잇는 국내 최고 왼손타자로 거듭났다. 지금 국내에 최형우 특유의 꾸준함과 파괴력을 동시에 보유한 타자는 거의 없다. 최형우 야구에 이승엽이 보인다.
[최형우(위, 가운데), 이승엽과 최형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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