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달라진 위상이다.
한화 이글스 김경언은 요즘 팬들 사이에서 '경언신' 또는 '갓경언'으로 통한다.
지난 시즌 초반만 해도 한화에서 김경언의 입지는 좁았다. 2013년까진 규정타석이든 아니든 3할 타율로 마친 시즌이 없었다. 2009년 타율 5할은 2타수 1안타였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에도 김경언을 한화의 핵심 전력으로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외야 경쟁이 워낙 치열해 주전 한 자리를 보장받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경언은 지난해 89경기에서 타율 3할 1푼 3리(300타수 94안타) 홈런 52타점, 출루율 3할 9푼 7리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본인도 "어느 때보다 경쟁심을 갖고 준비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전까지 크게 보여준 게 없기에 FA 계약 규모도 3년 총액 8억 5천만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가격대 성능비 최고의 타자는 바로 김경언이다. 31경기에서 타율 3할 5푼 1리 5홈런 24타점, 출루율 4할 3푼으로 맹활약 중이다. 특히 득점권 타율 3할 2푼 4리로 찬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해결 능력이 워낙 탁월해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연고지 대전에서도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 5푼 8리 2홈런 16타점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지난 7일 kt wiz전까지 올 시즌 팀의 30경기에 대부분 3번 타자와 5번 타자로 번갈아 나섰다.
그런데 전날(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선발 라인업에서 김경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복사뼈에 통증이 있어 강제 휴식을 줬다"고 설명했다. '캡틴' 김태균도 허벅지 통증으로 휴식을 취했다. 김 감독은 "우선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기는 팽팽하게 전개됐다. 5회까지 4-4 동점. 한화는 4-2로 앞선 4회말 선발투수 배영수가 두산 김재환에 투런포를 맞았다. 자칫하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 히든카드가 필요했고, 김 감독은 6회초 2사 만루 상황서 김경언을 대타로 내세웠다.
그런데 전광판에 김경언의 이름이 뜨자 잠실구장 3루측 한화 응원석이 요동쳤다. 김경언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던 대목. 김 감독이 강제 휴식을 명령했던 김경언을 대타로 내보낸 사연은 이랬다.
"김경언이 더그아웃 뒤에서 스윙하고 있었는데,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용했다.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 믿었다."
위압감 때문이었을까. 마야가 흔들렸다. 김경언을 상대로 던진 공 4개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5-4가 됐다. 이날의 결승점이었다. 단순히 한 타석에 불과했고, 배트를 휘두르지도 않았지만 나름 큰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경언 본인은 "타율은 나중에 다 떨어질 것이다"며 겸손해한다. 하지만 대타로 등장한 단 한 타석에서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김경언의 위상을 볼 수 있었다.
김경언이 FA 계약 직후 남긴 한 마디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한화에 남게 돼 기쁘다"였다. 지금 김경언은 한화에서 야구 인생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화 이글스 김경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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