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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배우 손현주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믿고 보는' 혹은 '명품배우'라는 단어는 20년이 넘게 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 줄 수 있는 대중들의 박수다.
1991년 KBS 공채 14기로 데뷔한 그는 공백도, 뚜렷한 슬럼프도 없었다. 손현주는 드라마 '첫사랑', '장밋빛인생', '솔약국집 아들들', '추적자 THE CHASER', '쓰리데이즈', 스릴러 영화 '숨바꼭질' 등을 통해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은 성실한 배우다.
그런 그가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에서 특급 승진을 앞두고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게 된 최반장 역할을 맡아 새로운 연기 변신에 나선다. 손현주는 20여 년의 연기내공을 극을 통해 발산했다.
개봉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손현주는 "곧 관객 분들에게 평가를 받게 되는데, 정말 떨린다"라고 말했다. 관객들을 영화의 심판자로, 자신을 마치 죄인처럼 생각하듯이 "죄짓는 기분"이라며 긴장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명배우라 불리는데도 긴장이 되느냐"고 묻자 "긴장은 죽으면 없어지겠죠"라며 유머러스하게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속에는 매번 긴장감과 책임감을 갖고 작품에 임하는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긴장을 놓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놓아서도 안되죠. 특히 우리 일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긴장을 놓는 순간 사고가 나거든요. 분위기는 즐겁고 활기차게, 대신 서로 간의 약속들을 잘 지켜야해요. 얕은 긴장감을 갖고 있으라고 후배들에게 항상 이야기를 해요."
수많은 작품을 해오면서 어느덧 현장에서 가장 선배가 됐다. 그가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시간 약속이다. 시간이 곧 돈인 촬영현장에서 서로 얼굴 찌푸리는 일 없이 마지막까지 훈훈한 기억으로 남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악의 연대기'에서 손현주는 강력계 형사반장으로, 부득이 몸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부담감이 따랐다. 그는 "몸의 고생은 골절만 안되면 다행"이라며 몸보다는 연기에 대한 마음의 중압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제 성격이 그래요. 대충대충 못하겠거든요. 그래서 사고도 많이 나고 골절도 발생하는데, 대충대충할 거면 처음부터 그걸 왜 하나 싶어요. 힘들어서 피하고 짜증나면 안해야죠. 연기의 신도 아니고, 매사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돼요."
특히 이번 작품은 추적 스릴러라는 가볍지 않은 장르였고, 손현주는 여기에 '심리' 자를 붙여 '심리 추적 스릴러'였다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외로움을 강조했던 그는 영화 속 철저하게 고독했고 나약했으며 섬뜩했다.
"촬영장에서 내 동료에게 고민이나 괴로움, 갖고 있는 말 못할 사정도 한 사람에게는 이야기하는데 그런 사람이 여기에서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추적스릴러 앞에다 '심리'라는 말을 붙이고 싶어요. 외로움, 괴로움들이 다른 영화, 드라마보다 더 많았어요."
그는 대중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라는 뜻의 '믿고 보는 배우'라는 자신의 수식어에 대해 "민망하고 부담감이 많다"고 고백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감독, 그리고 함께 일하는 배우·스태프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현장에서는 푸근하게, 스크린 속에서는 미친 연기력을 펼쳐내고 있다.
[손현주. 사진 = 호호호비치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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