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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최고시청률 42.2%. 뜨거웠던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신드롬. 왕 이훤과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하지만 평생 한 님만 바라보았음에도 끝내 외면 받은 중전 보경의 외사랑은 애달팠다.
보경으로 분해 열연했던 김민서는 "'해를 품은 달'은 참 감사한 작품이에요. 악역이었는데 많이들 사랑해주셨거든요"라고 돌아봤다.
보경이 마냥 밉지 않았던 건 그 눈 때문이다. 사랑 받지 못해 비극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여인의 가여운 눈. 김민서의 눈이다.
남을 시기하는 연기나 털털한 목소리로 대사를 칠 때가 많아 실제 성격도 그러겠거니 싶지만 알고 보면 천생 여자다. 목소리는 상냥하고 차분한 데다가 속 이야기를 물으면 금세 부끄러움 타는 성격이다.
취미는 그림 그리기.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을 훌쩍 넘었다. 2012 서울 컨템포러리 아트스타 페스티벌에 자화상을 내놓았고, 그림에 일가견 있다는 게 입소문 타 미술 작가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아틀리에 스토리 시즌2' MC로도 발탁됐다.
그림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입시를 위해 배운 게 처음인데, 사실 어린 나이에 하루에 10시간씩 그림만 그리다 보니까 영 흥미가 안 생기고 쉽게 지쳐 1년 만에 두손 두발 다 들고 포기했다. 그러다 화실을 다시 찾은 게 배우가 되고 2008년의 일이다.
"그때가 연기가 너무 힘들 때였어요. 쉴 곳을 찾다가 화실을 다시 가게 됐죠. 그림을 그리면 스트레스를 많이 풀 수 있었거든요."
덕분에 마음의 안정도 찾으면서 연기에 자신감도 붙었다. 2010년에 KBS 2TV '성균관스캔들'에 기생 초선 역으로 캐스팅돼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도 자신감 있는 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성균관스캔들'에 캐스팅되던 날이 김민서의 배우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그날이 잊혀지지 않아요. 오디션을 두 번에 걸쳐서 보고 일주일쯤 후에 전화가 왔는데, 정말 기뻤어요. 그때는 사무실도 없이 혼자 일할 때였거든요. 무언가 꿈을 이뤄낸 느낌이 드는 거 있죠.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나 너무 기뻐! 동태탕 끓여줘' 그랬어요. 하하. 왠지 그날은 동태탕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데뷔 후 줄곧 악역 이미지가 강했다. 악역을 맡으면 실제로 상대 배우를 미워하려고 애쓰는 탓에 오해를 산 적이 있을 정도다. KBS 2TV 드라마 '동안미녀'를 찍을 때, 배우 장나라와 대립 관계의 캐릭터였는데, 캐릭터에 심하게 몰입해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에도 그렇게 장나라를 부릅뜬 눈으로 째려봤다고.
"언니를 노려보면서 '공주병이야? 왜 저렇게 거울만 봐?' 일부러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언니가 사람들한테 '쟤 왜 저렇게 날 쳐다보는 거야. 쟤 뭐지?' 했었다는 거예요. 하하. 그 덕분에 지금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됐어요."
다행히 얼마 전 마친 MBC 드라마 '장미빛연인들'에서 지고 지순한 여인 백수련을 훌륭히 연기하며 악역 분위기를 벗고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미지에 개의치 않는 눈치다. 학창시절 처음으로 연기의 맛을 느꼈을 때부터 그랬다.
"울분에 찬 슬픈 여자를 연기했어요. 그때, 평소에 꺼낼 수 없던 제 안의 감정들이 사람들에게 표출됐고, 그 순간 무언가 해소되는 듯한 시원함이 있었어요. 카타르시스요!"
외모에서 가장 자신있는 곳으로 눈을 꼽았다. 보경의 눈이자 수련의 눈이다. 악역에게도 연민의 감정을 새겨넣을 수 있는 김민서만의 그 눈 말이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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