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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아직은 저만의 무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f(x) 멤버니까요. 제가 '불후의 명곡'에서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저희 멤버들도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잖아요. 그래서 책임감도 더 컸어요. 저만 돋보일 수 있는 무대라서 소중한 게 아니라 f(x)를 더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무대. 그래서 소중했어요."
3년 전 루나가 했던 말이다.
그때 루나는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여러 노래를 불렀는데, 한 청각장애인 팬을 떠올리며 수화로 노래한 무대가 있었다. 그게 참 감동적이었다.
팬을 위한 마음이 예뻤고, 경쟁 무대였음에도, 또 기회가 별로 없던 솔로 무대였음에도 팬을 먼저 생각해 수화를 도입한 게 꽤 대단했다. 이후 인터뷰를 위해 만나서도 f(x)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소중했다는데, 새삼 어른스러웠다.
f(x)는 5인조 걸그룹이다. 빅토리아, 엠버, 루나, 설리, 크리스탈로 구성됐다. 다만 2009년 데뷔 이후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중국에서 온 맏언니 빅토리아와 막내 두 명 설리, 크리스탈에게 대부분 쏠려 있었다. 걸그룹에 그다지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 등 난해한 가사로 노래하는 걸그룹 정도로 여겨졌다.
루나, 그리고 엠버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다. 엠버는 부상으로 활동을 일시 중단하자 탈퇴설이 거세게 인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루나나 엠버 모두 그룹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엠버는 인터뷰에서 '멤버들끼리 다들 친하다'고 묻자 "f(x)는 가족이에요"라고 했었다.
루나와 엠버가 데뷔 6년 만에 비로소 주목 받았다. f(x)에서 묵묵히 제 역할 해오던 둘에게는 늦은 것일 수도, 이제 시작이니 이른 것일 수도 있다. f(x)의 재발견이다.
▲ '잊으시오' 엠버
지난 1월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 2기 멤버로 합류했다. 1기 걸스데이 혜리가 '아잉' 애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터라 2기에선 누가 혜리의 뒤를 이을지가 관심사였다. 보이시한 이미지의 엠버만큼은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의외의 일이었다.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엠버에 놀란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깜찍한 애교를 보여준 건 아니었다. 남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훈련을 꿋꿋하게 완수하는 정신력과 성실함이 감출 수 없었다. 평소 장난기 가득하던 모습과 달리 여성스럽고 여린 속내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낯선 군생활에 눈물 뚝뚝 떨구다가 소대장의 따끔한 지적을 받았는데, 서툰 한국어로 "잊으시오!"라고 한 장면은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2기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 '황금락카' 루나
'일밤-복면가왕'에서 황금 가면을 쓴 '황금락카 두통썼네'가 첫 번째 가왕에 오르자 추측이 난무했다. 루나의 이름도 거론됐으나 '저런 가창력이 아이돌일 리 없다'는 부정적인 말도 있었다. 그런 추측 속에 '황금락카 두통썼네'는 2대 가왕에도 올랐다.
3대 가왕 결정전에서 가면을 벗은 '황금락카 두통썼네'의 주인공은 루나였다. 3연속 가왕에는 실패했지만, 루나의 무대는 실패가 아니었다. 2대 가왕 결정전에서 부른 김보경의 '혼자라고 생각말기'는 시청자들을 울렸다. 과거 방송에서 가창력이 부족하다며 호된 혹평을 받기도 하고, 유명 가수와 적나라하게 가창력 비교를 당하기도 했던 루나였다.
가면 벗은 루나는 "'복면가왕'을 통해 많이 배웠고, 저 또한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정말 기쁘다"며 웃었지만 "그동안 좋은 노래 많이 들려줘서 저희가 감사하다"는 패널 신봉선의 말에 끝내 눈물 쏟았다. 루나가 이날 벗은 건 '황금락카' 가면뿐 아니라 단지 'f(x) 중 한 명'이라는 무관심의 가면이기도 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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