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럭비공 같다. 언제 어디로 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올 시즌 한화 마운드가 그렇다. 김성근 감독은 1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안영명은 오늘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 (선발)로테이션을 믿지 마라"고 했다. 농담이 섞인 코멘트였다. 하지만, 뼈가 있었다. 12일 대구 삼성전서 선발 등판했던 안영명은 이틀만인 14일 대구 삼성전서 다시 선발로 나선다. 로테이션상 배영수의 선발 등판이 유력했다. 하지만, 배영수의 대구 원정 등판은 보류됐다.
올 시즌 활용도가 떨어졌던 좌완 마일영은 시즌 중 개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13일 경기 직전까지 불펜에서 마일영을 지도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미 3군 게임 관전에 특별타격훈련까지 지휘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한 상황. 럭비공 같은 한화 마운드의 원천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김 감독의 야구 열정에 있다.
▲3연전 두 차례 선발등판
안영명은 올 시즌 12경기서 4승1홀드 평균자책점 3.00. 개막 이후 불펜투수로 나섰다가 4월 11일 롯데전부터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상 한화 투수들 중에서는 가장 안정감 있는 선발투수였다. 그런 안영명이 12일 대구 삼성전서 2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3회 시작과 함께 돌연 강판했다. 투구수도 39개에 불과했다.
허리 근육통 탓이었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이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김 감독은 안영명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대신 이후 7이닝 동안 7명의 투수를 투입, 끝내 승리를 쟁취했다. 13일은 예정대로 쉐인 유먼이 선발 등판했고, 14일은 로테이션상 배영수를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안영명을 다시 한번 선발로 투입한다.
12일 39구만을 소화했기 때문에 충분히 선발 재투입이 가능하다. 현재 안영명의 몸 상태는 회복됐다. 또한, 배영수의 경우 15일 대전 넥센전 선발로 돌리거나 이날 구원 등판시킬 수도 있다. 어차피 김 감독 특유의 마운드 운영 시스템상 현재 딱 정해진 선발투수는 유먼 정도가 유일하다. 어쨌든 안영명의 경우 특정팀과의 3연전서 두 차례나 선발 등판하는 흔치 않은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는 2013년 김응용 전 감독 체제에서 김혁민이 4월 10일, 12일 대전 LG전서 연이어 선발 등판한 기록이 있다.
▲팔을 내렸다
마일영은 아직 올 시즌 등판 기록이 없다. 퓨처스에서만 1경기 던졌다. 그러나 2000년 현대 입단 이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 투수. 모든 선수에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포착된다면, 김 감독은 도전과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1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선수가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줘야 한다"라고 했다.
마일영은 변화를 시도한다. 팔 높이를 내렸다. 사이드암 혹은 스리쿼터 투수로 변신하는 것. 김 감독 시선에 마일영은 팔 높이를 낮추면 1군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다. "왼손 원 포인트라도 해야 한다"라고 했다. 과거 SK 시절 베테랑 왼손 원 포인트 가득염을 떠올리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것과 비슷하다"라고 했다.
마일영은 당장 실전 등판은 쉽지 않아 보인다. 팔 높이를 낮춘 건 투수에겐 너무나도 큰 변화. 당연히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경산에서 던진다"라고 했다. 한화 3군이 경산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마일영에게 충분히 시간을 준 것. 마일영이 시즌 중반 이후 과거 SK 가득염 같은 역할을 해낸다면, 한화 불펜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변화가 더 강한 야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안영명, 마일영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안영명(위), 마일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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