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드라마라면 으레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아이돌이나 한류스타를 등장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러한 스타들의 등장 없이도 수목극 왕좌의 자리를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바로 스토리의 힘. 더불어 베테랑 연기자들의 명불허전 연기력이 이 드라마에 날개 역할을 하며 더 높이 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한상우 제작 IOK미디어)은 뜨거운 피를 가진 3대 모녀가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가는 성장 스토리로 방송 내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방송 전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탄탄한 스토리에 매료돼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끌어들였고, 시청률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10%대를 유지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성공 비결을 짚어봤다.
◆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스토리 라인
한 집에 모여사는 3대가 있다. '안국동 강선생'으로 불리는 강순옥(김혜자)을 필두로 두 딸인 김현숙(채시라)와 김현정(도지원), 그리고 현숙의 딸 정마리(이하나)다. 이들 각자가 가진 사연은 드라마를 이끄는 중심 축이었다. 특히 현숙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마지막까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순옥의 남편이자 현숙 현정의 아버지인 김철희(이순재) 역시 극 초반까지는 좀처럼 그 내막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30년만에 기억이 돌아오면서 밝혀지지 않았던 실종 당일의 행적이 공개됐고, 철희의 내연녀로 지목됐던 장모란(장미희)과의 관계 역시 드러나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후 모란은 앙숙이던 순옥과는 단순한 언니 동생 사이를 넘어서는 '케미'를 발산하기도 했다.
생글생글 웃기만 하면서 순옥네 식구들을 마치 자기 가족 챙기듯 챙기던 박 총무(이미도) 역시 범상치 않은 조연으로 맹활약했다. 박 총무는 서서히 시커먼 속내를 드러냈고, 급기야 현숙에 대한 질투심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스승인 순옥의 레시피를 훔쳐냈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거짓말까지 이어가며 자신의 안위만 살폈지만, 결국 순옥의 진심을 파악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마치 한 편의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드라마 속 극적 장치들이 묘한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했다면, 역시나 드라마라면 빠질 수 없는 러브라인 역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주요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마리를 둘러싼 이루오와 이두진(김지석)의 삼각관계와 뒤늦게 연인으로 발전해 결혼까지 골인한 현정과 이문학(손창민) 커플, 그리고 나말년과 과거 연인 관계였던 한충길(최정우)까지 주연부터 조연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캐릭터와 스토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력
김혜자 채시라 장미희 도지원 이하나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이들의 열연은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집중도를 한껏 높였다. 특히 탁월한 캐릭터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어울릴 듯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들의 조합은 '환상의 궁합'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성공을 만들어냈다.
김혜자는 친절한 듯 하면서 심장을 콕콕 찌르는 촌철살인 말투로 독특한 재미를 안겼다. 특히 남편의 내연녀였던 모란과의 대화 장면은 시시때때로 실소를 자아냈다. 모란 역의 장미희 역시 기품 있는 말투와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기면서도 현숙의 담임선생이었던 나말년을 만났을 때는 머리를 잡아 끌어 대신 막말을 퍼붓는 반전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채시라는 억울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뒤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현숙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특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통해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자신의 연기 영역을 한 차원 넓히는 계기로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도지원 이하나 손창민 이순재 서이숙 이미도 송재림 김지석 최정우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극 곳곳을 수놓으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주요 출연진. 사진 = IOK미디어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