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잘해주고 있지."
'정권 듀오(박정진-권혁)'에 이어 '기대 듀오(김기현, 정대훈)'가 뜬다.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좌완투수 김기현과 우완 언더핸드 정대훈의 활약이 흐뭇한 눈치다.
김 감독은 18일 통화에서 "김기현과 정대훈이 박정진과 권혁 앞에서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이기는 경기에 많이 나선다는 점. 지난 12일과 14일 삼성 라이온즈전, 17일 넥센 히어로즈전서도 마운드에 올라 모두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가 주간 성적 5할(3승 3패)로 버틴 데에는 이들의 호투가 크게 작용했다.
김기현은 우여곡절을 겪은 투수다. 신일고 재학 시절 4번자이자 주축 투수였지만 신인드래프트에서 미지명의 아픔을 겪었다. 원광대 시절에도 2010년 춘계리그 최우수 투수상을 수상하는 등 기대를 모았지만 또 한 번 미지명 아픔을 겪었다. 2011년 NC 다이노스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지난해 신고선수 신분으로 한화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았고, 24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79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 "다 포기했다"며 운동에만 전념했다. 1군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올해 17경기에 등판,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 중이다. 13⅔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16개를 솎아냈고, 볼넷은 10개. 피안타가 14개로 다소 많긴 하나 필요할 때마다 상대 좌타자를 잘 막아줬다.
특히 2아웃 이후 피안타율이 6푼 7리(15타수 1안타)에 불과하고, 득점권에서도 피안타율 1할 3푼(23타수 3안타) 11탈삼진을 기록했다. 위기 상황을 잘 극복했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김기현에 대해 "자꾸 쓰면서 만들어야겠다"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정대훈은 지난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에서 한화에 지명된 프로 8년차. 하지만 딱히 두각을 나타낸 시즌은 없었다. 지난해 한 시즌 개인 최다인 34경기에 등판했으나 3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3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올해는 22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2.51로 활약 중이다. 피안타율도 1할 7푼에 불과하다.
외국인 우타자를 상대할 때 김 감독이 믿고 내보내는 카드가 바로 정대훈이다. 최근 4경기에서는 3⅔이닝 동안 단 한 점도 주지 않았고, 5월 11경기 평균자책점은 0.93(9⅔이닝 1실점)에 불과하다. 올해 등판한 경기 중 실점한 건 4차례뿐. 권혁, 박정진(이상 24경기)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등판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둘은 17일 대전 넥센전서 각각 ⅔이닝(김기현), 1⅔이닝(정대현)을 피안타 없이 막아내며 팀의 7-6 역전승을 이끌었다. 팀이 3-6으로 뒤진 5회부터 이들이 추가 실점을 막아준 덕택에 이길 수 있었다. 지난주 한화가 3승을 거둔 경기에 김기현과 정대훈, 박정진, 권혁까지 4명 모두 출격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박정진과 권혁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화의 뒷문 단속반. 둘 다 올 시즌 24경기에 등판했고, 박정진은 3승 1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2.64, 권혁은 3승 3패 8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까진 이들이 2이닝 이상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나 '기대 듀오'가 앞에서 잘 막아준 덕택에 조금은 부담이 줄었다. 그리고 윤규진이 돌아오면 뒷문은 한층 더 견고해진다. 김 감독은 "윤규진 복귀 시점은 다음 주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 듀오'가 잘해주고 있지만 다다익선이다. 투수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김 감독은 "요즘 이동걸도 잘하고 있다. 다른 투수를 또 만들어야 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김기현, 정대훈(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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