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근 볼이 좋다. 씩씩하게 던져라."
두산 윤명준의 마무리 첫 시즌이 혹독하다. 올 시즌 1승5패5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87. 사실상 마무리로선 낙제점에 가깝다. 현재 윤명준보다 세부적인 성적이 더 나쁜 마무리 투수는 봉중근(LG) 정도가 유일하다. 윤명준은 블론세이브도 세이브와 똑같이 5개다. 리그 최다 1위 불명예.
두산은 불펜 평균자책점 5.54로 리그 9위. 현실적으로 윤명준을 대체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김강률은 시즌 아웃됐다. 함덕주는 풀타임 필승조 첫 시즌이다. 베테랑 이재우는 체력적 부담이 크다는 게 김태형 감독 설명. 노경은의 페이스가 괜찮지만, 김 감독은 마무리 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히든카드 이현승도 불펜행 가능성이 있지만, 마무리를 맡을 가능성은 낮다. 선발투수 중 1명을 마무리로 돌리는 것도 포스트시즌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
▲라커룸으로 향한 김태형 감독
윤명준은 17일 광주 KIA전서 3-3이던 9회말 등판했다. 1사 후 김원섭을 1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게 컸다. 2사 2루서 타격감이 좋은 김주찬을 고의사구로 걸렀지만, 브렛 필에게 초구에 우중간 끝내기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이날 필이 직전 4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하면서 감이 좋지 않았다는 걸 감안한 결정. 두산 배터리로선 최선을 다했다.
윤명준은 낙담한 듯 고개를 숙이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14일 인천 SK전 대역전패의 희생양이 된 뒤 사흘만의 충격. 그때 김태형 감독이 뒤따라 라커룸으로 향했다. 보통 감독들은 경기서 지면 구단 홍보팀에 짧은 소감 한 마디를 남기고 조용히 구단 버스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이긴 뒤 순간적인 느슨함을 경계, 따끔하게 한 마디를 하는 경우가 있다.
김 감독이 패배 후 라커룸으로 향한 건 이례적이었다. 윤명준을 찾았다. 윤명준으로선 뜻밖의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김 감독은 윤명준에게 "최근 볼이 좋다. 위기 상황에서 볼배합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연구해보면 더 나아질 것이다. 결과에 신경 쓰지 말고 지금 볼이 좋으니 씩씩하게 던져라"고 했다.
▲끝없는 신뢰
김 감독은 불펜 투수들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이 필승계투조가 최상의 조합이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 그동안 상황에 따라 역할 조정을 하긴 했다. 앞으로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장기적으로 윤명준이 이 시련을 딛고 일어나길 바란다.
노경은이 16일 광주 KIA전 막판 승부처에서 2⅓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하지만, 김 감독은 2점 리드 때 9회말 마지막 타자를 노경은이 아닌 윤명준에게 맡겼다. 노경은에게 끝까지 맡겨도 됐지만, 김 감독은 윤명준에게 세이브를 챙길 기회를 줬다. 윤명준 역시 김주찬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김 감독은 "명준이 볼이 정말 좋다. 시즌 초반엔 위축이 돼서 흔들렸는데, 최근엔 오히려 더 좋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8일 간판타자 홍성흔이 1군에서 말소됐다. 정확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올 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이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의 평소 스타일을 감안하면 홍성흔이 2군으로 내려갔다고 해서 그에 대한 믿음을 거둬들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퓨처스리그서 홀가분하게 조정기를 거치라는 배려라고 봐야 한다.
윤명준은 홍성흔과 상황이 다르다. 아직은 경험이 적은 투수이기에 김 감독이 덕아웃으로 찾아가 직접 어루만져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두산 마운드 현실을 감안하면 윤명준을 마무리에서 강등하거나 2군에 보내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이럴수록 윤명준은 마무리투수로서 더 강하게 커야 한다.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만약 그래도 윤명준이 반등하지 않는다면 김 감독이 언제 어떻게 결단을 내릴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두산의 올 시즌 최종성적과 직결된 부분이다.
[윤명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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