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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어둠 속 박효신의 노래는 섬광 그 이상이다.
비극적 운명에 울부짖는 처절함, 가면 속 고독에 휩싸여 몸부림치는 격렬함. 박효신이 연기하는 뮤지컬 ‘팬텀’의 주인공 팬텀에게는 그 흔한 우려조차 없었다. 박효신에게 목소리 만으로 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팬텀은 극중 단 한번도 관객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면을 바꿔쓰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때문에 표정보다는 몸짓, 섬세한 연기, 감정을 담은 가창력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늘 노래로 대중을 감동시켰던 박효신은 극에 완전히 녹아들어 팬텀을 완벽히 완성시켰다.
박효신이 보여주는 팬텀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감미롭다가, 자신의 비극적 운명에 괴로워할 땐 처절하다.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하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슬퍼할 땐 애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2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동안 박효신은 여러 가지 매력을 수없이 보여준다. 늘 어둠 속에 숨어있지만, 항상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느낄 수 있다.
박효신의 디테일한 연기는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한다. 손끝 하나 하나의 움직임부터 놀랍고, 망토를 휘두르며 걸어가는 발걸음도 몰입도를 높인다. 얼굴이 가려져 표정으로 말할 수 없기에 몸을 더 쓰게 되는데, 손에서 팬텀이 느끼는 환희와 좌절의 감정이 모두 느껴진다는 점이 경이롭다. 특히 자신의 과거를 모두 안 후 슬퍼하며 온몸을 부르르 떨고 오열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가슴까지 울렸다. 박효신이 얼마나 극에 집중해 있는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노래하는지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놀라운 점은 그가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지만 노래를 부른 땐 언제 그랬냐는 듯 완벽하다는 것이다. 발성과 창법은 물론이고 가사 전달력까지 훌륭하다. 이 모습은 마치 그가 자신의 콘서트에서 ‘야생화’를 부르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박효신은 ‘야생화’를 부르며 종종 폭풍 눈물을 흘려왔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노래하는 만큼 그 감동과 설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효신은 그렇게 펑펑 울면서도 곡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분위기는 제대로 전달해왔고, 자신의 가창력을 한껏 뽐냈다. 다시 말해 박효신의 노래에는 장애물이 없다는 의미다.
박효신의 팬텀의 노래 중 “환상이 아니야. 그대는 내게로 와 나의 음악이 되리라”라는 가사가 있다. 뮤지컬 ‘팬텀’ 무대 위 박효신은 사랑하는 여자 크리스틴 다에를 자신의 음악이라고 말하지만, 관객에게는 박효신이 음악 그 자체다. 품격있고 낭만적인 박효신의 노래는 극찬받기 충분하다.
[사진 = EMK 제공]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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