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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누군가는 그들의 넋을 위로해야했다. 조선 역사에서 완벽하게 잊혀진 존재. 후세의 한국인들은 그 존재조차 몰랐던 여인들. 민규동 감독은 연산군 시대 조선 팔도의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했던 역사적 사건 ‘채홍’을 스크린으로 불러내 폭군의 광기에 쓰러져간 여인들의 아픔을 달랬다.
‘에로 사극’이라는 평가는 ‘간신’의 본질을 잘못 짚은 해석이다. 옷만 벗는다고 에로가 아니다. 여인들은 역사의 희생자였다. 그들은 연산군의 광기 어린 폭력에 온갖 모멸을 당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민규동 감독은 최근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당시 채홍된 여인들은 로마시대의 글래이데이터와 다를 게 없었다”면서 “극 후반부 설중매(이유영)와 단희(임지연)가 연산군에 의해 모욕을 당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출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권력을 풍자하고 조롱했다. 뜨거워질만하면 차갑게 가라앉혔고, 무거워질만하면 가볍게 띄워 올렸다. 눈 뜨고 보기 힘든 불쾌한 장면에서 판소리 창으로 ‘얼씨구, 지화자’하며 추임새를 넣었고, 여인을 잡아가는 대목에선 허를 찌르는 유머감각을 발휘해 어두운 이야기에 숨통을 틔었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다. 민규동 감독은 팩트에 기반한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연산군 시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힘없는 여인들을 이용해 맹목적인 권력을 좇았던 당시 간신들의 권력욕과 파멸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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