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윤욱재 기자] 3연타석 홈런. 백업 내야수의 반란이었다.
롯데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오승택(24)은 23일 사직 LG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8번타자, 그리고 3루수로 출전한 것이다.
롯데의 주전 3루수는 황재균. 하지만 황재균이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벤치에서 대기하기로 하면서 오승택이 뜻하지 않게 주전 찬스를 잡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홈런 1개가 전부였던 오승택은 아무도 예상 못한 3연타석 홈런으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여기에 2루타 2방까지 더해 5타수 5안타 7타점 4득점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했다. 롯데의 19-11 승리엔 오승택의 활약이 컸다.
'대형사고'를 친 당사자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오승택은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한 건지 모르겠다. 이런 날이 언제 또 올지 모른다. 오늘은 즐기겠다"고 기쁨을 만끽했다.
2010년 롯데에 입단한 오승택은 1군에서 1경기만 뛰고 군 입대를 택했다. 프로 데뷔 2년 만에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경찰청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오승택은 '질문왕'이다.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경찰청에서 뛰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경찰청에는 여러 팀에서 모인 선수들이 있다. 같이 뛰던 형들에게 물어보면서 배웠다"는 오승택은 당시 경찰청에서 같이 뛰던 민병헌(두산) 등에게 타석에서 어떤 느낌으로 치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에 복귀한 그는 1군에서 57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았다. 올해도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역시 유틸리티 플레이어. 1루, 2루, 3루, 유격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는 활용가치가 충분하다.
"스스로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밝히는 '질문왕' 오승택은 장종훈 타격코치에게도 궁금한 것을 자주 물어보고 있다. 변화구 공략에 대한 고민이 많던 그에게 장종훈 코치는 "일단 직구를 노리다 변화구를 쳐도 된다", "너무 생각이 많다. 편하게 공을 보면서 쳐라"고 조언해줬다.
장종훈 코치는 오승택이 3연타석 홈런을 친 경기에 앞서 "타이밍을 앞에 둬라"고 주문했다. 오승택은 "그 말씀이 잘 맞아떨어졌다"라면서 "코치님께 많이 물어본다. 잘 가르쳐 주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3연타석 홈런으로 '깜짝 스타'가 됐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황재균의 부상으로 선발 출전이 가능했던 그는 "모든 면에서 재균이 형이 나보다 낫다. 재균이 형이 돌아오기 전까지 빈 자리를 잘 메우고 싶다"라면서 "1군에 있는 자체가 좋고 1경기라도 뛰는 게 좋다. 아직 나는 형들에 비해 부족한 게 많다"고 말한다.
황재균은 자신의 공백을 훌륭히 메운 오승택에게 "내가 기회를 준 것이니 밥 한번 사라"고 농담을 건넸다. 3연타석 홈런을 친 엄청난 활약이 없었다면 이런 농담 역시 듣지 못했을 것이다.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오승택이 롯데의 전력을 한층 두껍게 할지 관심을 모은다.
[오승택.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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