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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제가 앵무새 두 마리를 기르는데요. 하나는 이름이 '랍'이고, 다른 하나는 '스타'예요. 랍스타요, 헤헤. 귀여워요. '랍'이는 착한데, '스타'는 연예인 병 걸렸는지 성격이 좀 있어요."
표독스러운 그 백야가 맞나 싶었다. MBC 드라마 '압구정백야'가 끝나고 며칠 뒤 배우 박하나를 만났다. 드라마 속에선 한 번도 소리 내 웃지 않던 백야였다. 박하나는 시종일관 웃었다. 웃음소리는 정말 "헤헤"거렸다.
"남동생 같은 성격이에요. 털털해요." 으레 여배우들은 자신을 '털털한 성격'이라고 포장하는데, 대화를 나눠 보니 박하나는 털털할 뿐 아니라 애교도 퍽 많은 성격이었다. 아니, 그 백야가?
아버지 따라 학창시절 전학을 많이 다녔다. 한 번은 전학 간 학교의 '칠공주파'한테 속된 말로 '찍혔다'. 이때는 백야 아니랄까봐, 사사건건 시비에 결국 발끈해 싸움이 붙었는데, 그치들도 말이 '칠공주파'였지 어린 애들이라 말싸움만 잔뜩 주고받았다고. 다만 그날 이후 학교에는 '저 전학생 칠 대 일로 싸웠대' 하는 소문이 돌았다.
열여섯 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터라 학교에선 또래의 시기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더 일부러 수더분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그대로 솔직하고 내숭 없는 성격으로 굳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2003년에야 혼성그룹 퍼니로 데뷔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 건 아니었다. 첫 음악방송을 마치고 펑펑 울었다. 모두 다 들으란 듯 음이탈을 해버려 데뷔 무대를 망쳤기 때문이다.
"그때는 제가 춤을 열심히 추면서 노래까지 열심히 하는 게 불가능한 줄 몰랐거든요. 근데요, 그 얘기는 제 흑역사라 나가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래도 드라마에선 최대한 노래 잘 부르게 보이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지금이야 웃으며 하는 얘기이지만 그룹 활동은 실패했고, 이후로도 한참을 솔로 가수 준비를 하며 수 년을 보냈다. 친구들은 하나 둘 취직하는데 혼자만 뒤처지는 듯한 초조함. 속상해하시는 부모님을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음악에 대한 미련을 놓고 드라마로 데뷔하게 된 게 스물일곱 살. 2012년 채널A 드라마 '판다양과 고슴도치'. "오래오래 돌아왔죠.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구나'"
이듬해 MBC 드라마 '투윅스'에 출연해 장영자 역으로 분량은 적었지만 시청자들에게 나름 인상을 남겼고, MBC '미스코리아', '기황후'를 거쳐, 지난해 '압구정백야' 여주인공으로 덜컥 발탁되며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압구정백야'도 캐스팅 난항 끝에 섭외된, 그야말로 막차였다. 박하나 말마따나 참 오래 돌아온 길이었다.
"사실 '압구정백야' 첫 촬영 11일 전에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는 제목도 안 나오고, '야야'란 캐릭터인 줄만 알았지 주인공인 줄도 몰랐거든요. 저까지 후보만 세 명이었는데, 11일 내내 이런저런 연기를 해보고 스타일도 바꿔가며 오디션을 봤어요. 그렇게 11일이 지나니까 갑자기 촬영을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아, 내가 '압구정 백야'의 백야가 된 거구나."
임성한 작가의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사연이나 어쩌면 백야가 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쑥스럽다는 듯 웃으면서 들려준 이야기다.
"오디션 이틀 전에 꿈을 꿨어요. 백조랑 백마가 나오는 꿈이요. 태몽이라고도 하던데, 그 꿈 이후에 오디션을 봐서 합격하고, 드라마 속에서 제가 조나단(김민수)과 커플이 되고 팬들이 '백조 커플'이라고 불러줬거든요. 원래 꿈 얘기를 잘 안 믿었는데, 처음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죠."
(박하나가 말하는 임성한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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