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영화 및 드라마를 병행하면서도 공연을 이어갔다. 9년차 다작 배우, 그만큼 제작진은 이규형을 원했고, 자칭 일 중독인 이규형은 쉴 틈 없이 관객을 만났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이규형은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무대에 중간 합류했다. 초연 에 이어 재연에서도 의리를 지킨 것. 좀 더 많이 무대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재연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인생의 밑바닥을 헤매는 19세 양아치 소년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19세 소년이 우연히 만나 함께 버킷리스트를 시행하며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창작뮤지컬.
강구 역 이규형은 30일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마지막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마지막 소감을 묻자 "시원섭섭하다"고 단답을 내놨다. 피곤한 기색도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규형은 현재 '마이 버킷 리스트' 공연과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연습 일정을 병행했고, 최근에는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출연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렇듯 바쁜 일정, 피곤함을 무릅쓰고도 '마이 버킷 리스트' 재연에 중간 합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원래 재연이 올라갈 때 다 초연 배우들 다같이 하기로 얘기를 했었다"고 밝혔다.
"스케줄 때문에 후반부에 합류하게 됐어요. 공연 일정이 원래 이야기 했던 것과 다르게 되는 바람에 스케줄이 안 맞아 마지막 10회차밖에 소화하지 못한 일정이 돼버린 거죠. 좀 더 많이 했으면 (김)성철과도 더 맞춰보고 (김)지휘, (배)두훈이랑 하는 공연도 많았을텐데 별로 못해봤으니까.. 사실 2인극이라 뭔가 합을 맞추는 게 팀마다 색깔이 너무 다르거든요. 이제 좀 맞아가고 있는데 공연이 끝나니 그게 좀 많이 아쉽죠. 제대로 연습 때부터 합류한 게 아니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최근 이규형은 영화 및 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추며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무대를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에 집중할 생각이지만 올해 12월까지는 공연 일정이 모두 정해진 상황이다.
"공연을 좀 많이 하는 편이죠. 1년에만 열아홉 작품 정도를 하니까요. 병행할 수 있는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공연 하기가 힘들 만큼) 분량을 못 맡아서인게 제일 커요. 내년쯤으로 본격적으로 드라마, 영화를 할 계획을 잡고 있는데 일단 지금은 공연을 계속 하고 있죠. 쉬는걸 워낙 안 좋아하고 일 중독이라 일을 하지 않으면 너무 어색해요. 근데 그게 저를 좀 사지로 몰아 넣는 것 같아요. 약간 어디 하나 잘못 될 것 같아서 이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12월까지는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내년을 기준으로 좀 더 초점을 옮겨 보려고요."
2007년에 데뷔한 이규형은 벌써 9년차가 됐다. 졸업 전부터 무대에 섰고,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뮤지컬 '빨래' 이후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해왔고 그 결과, 많은 스태프들의 신뢰를 얻는 배우가 됐다고.
"이 작품 저 작품 하면서 어떤 작품에 내가 그냥 누구한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그냥 열심히 해서 이 인물을 잘 만들어내면 되더라"고 밝힌 그는 "물론 잘 못 만들어낸 경우도 있었지만 서로 신뢰하게 되면서 다음 작품에서 찾아주고 하는 것이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역시 신뢰를 바탕으로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섰을 것. 서로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19살이라는 어린 나이,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거칠고 혼란스러운 강구의 어떤 모습을 봤을까.
"열아홉살 연기를 한다고 해서 다른 건 없어요. 아홉살 역할도 했는데요. 뭘. 그 외로움을 더 표현하는 것은 있어요. 일부러 너무 고삐리(고등학생)처럼 하지도 않아요. 예를 들면 영화 '친구'에서 10대 시절을 40대 선배들이 연기해도 정말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고등학생들처럼 하지 않잖아요. 관객들은 다 약속으로 믿고 가는 거죠. 딱히 19살이라고 뭔가 19살의 포인트를 맞춰서 연기하진 않았어요. 19살 때 목소리는 어땠으려나? 지금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중학교 때부터 목소리나 말투가 이랬어요. 좀 양동근 같다고 하더라고요. 조인성 형이 대학 동기인데 '논스톱' 찍고 있을 때 밥 먹다가 제 목소리 듣고 양동근인 줄 알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죠. 그때나 지금이나 다른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별반 다를 것 없는 19살 연기지만 그렇다고 쉽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도 사실 쉽지 않은데 배우가 인물을 만나는건 많은 연습량과 연출과의 대화 등이 있지만 어느 순간 문득 '얘가 이렇구나'를 만나게 되는 지점, 그 순간이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대본을 파도 안 나오고 연출하고 백분토론을 계속 해도 안 나와요.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술 마시고 있다가, 혹은 작품과 상관도 없는 음악을 듣고 있다가, 산책을 하고 있다가, 대본을 보는 것도 아닌데 꽂히는 게 있어요.보통 영감이 떠올랐다고 하는데 매 작품마다 그런걸 만나긴 쉽지 않죠. 전문용어로는 역창조의 순간이라고 하는데 작품을 오래 해도 못 만나고 끝내는 경우도 허다해요. 근데 강구는 그런 순간을 가져다 줬었죠."
이규형은 연습 당시 인물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에서 고(故) 신해철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 신해철과 그의 노래를 좋아했던 그는 울적해졌고 홀로 집에서 신해철 노래를 틀어 놓고 술을 마셨다. 강구라는 인물에 접근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자살에 대한 것들을 검색하며 말이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강구가 크면 신해철 같은 음악가가 됐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에 대해 겪어본 것이 있는 강구이기에 그럴 것만 같았죠. 저는 그날 캐릭터를 정확하게 잡았어요. 그걸 음악 감독님, 작곡가님, 연출님한테 다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강구의 노래'가 나왔죠."
마지막으로 이규형의 버킷 리스트를 물었다. "저는 축구를 좋아해서 유럽의 유명한 팀들의 경기를 직접 가서 관람하고 싶어요. 그리고 부모님 모시고 퍼스트 클래스 타고 유럽 일주를 하기에는 부모님 모시고 가는 게 힘드시니까 어느 한 나라 정해서 천국 같은 곳에서 살다 오고 싶어요. 버킷리스트니까."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5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공연시간 100분. 문의 02-332-4177.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이규형. 사진 = 라이브 주식회사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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