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이 선수를 믿어야지."
삼성 류중일 감독이 믿음의 야구를 펼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주축 멤버들의 어지간한 부진은 참고 인내한다. 선수들에 대한 류 감독의 신뢰가 삼성 시스템 야구의 단단한 토대가 된 건 분명한 사실.
마무리투수 임창용은 지난해 7년만에 KBO리그에 복귀했다. 5승4패31세이브를 거뒀으나 평균자책점은 5.84였다. 2005년(6.50)을 제외하곤 본인의 커리어 최고치. 블론세이브가 무려 9개, 리그 최다. 시즌 중반 박빙 승부서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경기가 꽤 나왔다. 그럼에도 류중일 감독은 임창용의 보직을 바꾸지 않았다. 임창용은 한국시리즈서 안정감 있는 투구로 류 감독의 믿음에 보답, 삼성의 통합 4연패에 기여했다.
▲두 차례 BS 들여다보니
임창용은 올 시즌 순항하고 있다. 30일 잠실 LG전서 1이닝 1피안타 2볼넷으로 고전했으나 2사 만루 위기서 김용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세이브를 따냈다. 5월 9경기 모두 무실점. 최근 10경기 연속 무실점, 비자책 행진을 이어갔다. 평균자책점도 3.26으로 낮췄다. 갑작스럽게 복귀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좀 더 순도 높은 시즌 준비를 했고,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류중일 감독도 그런 임창용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최근 안정감 있는 피칭을 거듭하면서 류 감독은 아예 임창용에 대해서 별 다른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말 대신 행동으로 그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9일 잠실 LG전은 의미 있었다.
올 시즌 임창용은 2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4월 5일 잠실 LG전(⅔이닝 3피안타 2실점), 4월 28일 대구 LG전(⅔이닝 4피안타 5실점). 2경기 모두 패전까지 떠안았는데 상대가 모두 LG라는 게 눈에 띈다. 더욱 눈에 띄는 건 그 2경기 모두 선발투수가 차우찬이었다는 점. 올 시즌 선발로 변신한 차우찬은 3승2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 중이다. 만약 임창용이 블론세이브 2개를 범하지 않았다면 차우찬의 승수는 5로 늘어난다. 임창용은 지난해에도 유독 배영수 선발 경기서 잦은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물론 지난해 배영수, 올해 차우찬 케이스 모두 우연의 일치.
▲29일 잠실 LG전 사례
29일 잠실 LG전. 삼성으로선 중요한 경기였다. 27일~28일 대구 넥센전서 연이어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대패했다. 3연패도 피해야 했고,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흐름을 돌려야 했다. 선발 차우찬이 류 감독의 기대대로 호투했다. 8이닝 1실점으로 23일 광주 KIA전(7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압도적인 피칭.
차우찬은 8회까지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졌다. 9회초 공격을 마친 뒤 4-1 리드. 류 감독은 선택해야 했다. 차우찬에게 완투를 시키거나, 마무리 임창용을 투입하거나. 류 감독은 "우찬이는 120개까지 던질 수 있다"라고 했지만, 세이브 상황이 되면서 미련 없이 차우찬을 빼고 임창용을 투입했다. 임창용은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으로 LG전 시즌 2세이브째와 함께 차우찬 선발승을 확정지었다.
류 감독은 3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약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면 차우찬에게 완투를 시켰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9회 세이브 상황이 될 경우 마무리투수를 넣는 게 당연하다고 봤다. 심지어 류 감독은 "선발투수가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고 9회 완봉승이 걸려있다고 해도 세이브 상황이면 마무리투수를 넣을 것"이라고 했다. 마무리 기용에 대한 류 감독의 지론은 곧 임창용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류 감독은 "창용이가 우찬이 승리를 2번이나 날린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찬이 선발 경기서 세이브 상황이 나왔다고 해서 마무리를 넣지 않는 건 아닌 것 같다. 불펜에 있는 (마무리)투수가 어떤 생각을 갖겠나. '아, 감독이 나를 믿지 못하는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지 않겠나. 그래선 안 된다. 감독은 선수를 믿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임창용이 차우찬 경기서 2차례 구원 실패한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당시 차우찬의 완투승도 가능했지만, 세이브 상황이란 이유로 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는 "그런 상황서 마무리 기용을 피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피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임창용에 대한 류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알고 보면 9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했던 지난해에도 류 감독의 반응 및 태도는 한결같았다. 임창용도 사령탑의 믿음 속에서 특유의 안정감과 노련미를 되찾았다. 믿음과 신뢰관계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임창용.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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