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00홈런을 의식할만한 타격감이 아니다."
삼성 이승엽이 한국야구 역사를 새로 쓸 준비를 마쳤다. 30일 잠실 LG전서 1-1 동점이던 7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LG 임정우의 초구 144km 높은 코스의 직구를 통타, 비거리 125m 우월 솔로포를 쳤다. 잠실구장 우측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초대형 홈런. 개인통산 399번째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단 1개의 홈런만 추가하면 KBO 최초의 400홈런을 달성한다.
대기록이다. 통산홈런 2위 양준혁(352개,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홈런 시계는 2010년을 끝으로 멈췄다. 현역 통산홈런 2위 이호준(299개, NC)은 올 시즌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승엽과 단위가 다르다. 이승엽의 400홈런이 당분간 누구도 깨기 힘든 기록인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홈런 무관심
이승엽의 400홈런은 국내야구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단순히 삼성만의 경사가 아닌, 한국야구 역사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삼성은 이승엽의 400홈런 관련 행사와 팬 서비스 계획을 이미 확정한 상태. 원정지에서 400홈런이 터질 경우 간소하게 꽃다발 정도만 증정하는 선에서 행사를 끝낼 계획이지만, 홈에서 달성할 경우 그 순간 경기를 잠시 스톱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심지어 400호 홈런공 습득자에 대한 대처 계획도 마련했다.
이승엽도 400홈런에 대해선 감흥이 남다를 것이다. 지난 21년간 삼성과 일본야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친 수많은 홈런 중에서도 단연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지금 이승엽 마음 속에는 홈런이 자리잡고 있지 않다. 정확히 표현하면 홈런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이승엽은 399호 홈런 직후 "400홈런이 1개 남았다는 것에 대해 별 느낌은 없다. 5월 1달간 타격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서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홈런을 떠나서 타격감이 좋지 않았기에 고민이 컸다. 이승엽은 5월 92타수 24안타 타율 0.261로 썩 좋지 않다. 3할대 초반을 오가던 타율이 0.281까지 뚝 떨어졌다. 그는 "운으로 홈런 1개를 쳤는데, 내 모습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400홈런을 의식할 만큼의 타격감이 아니다. 매 타석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여전한 가치
이승엽은 평상시에도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덧 KBO리그 최고참급 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자신보다는 동료와 팀을 내세운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묵묵히 후배들의 훈련을 도왔고, 평소에도 조용히 후배들을 챙긴다.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 승리에 더욱 기뻐하고 집중한다. 개인기록보다는 좋은 타격 밸런스 유지에만 신경을 쓰는 냉정한 자세는 경이로울 정도. 타격감이 좋든, 좋지 않든 마찬가지다.
이승엽의 최대 미덕은 홈런타자인데도 홈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 대부분 타자들이 홈런보다는 좋은 타격밸런스에서 안타를 생산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홈런을 의식할 경우 좋은 타격감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건 타자들 사이에선 상식. 하지만, 이승엽 정도로 홈런을 많이 쳤던 타자가 엄청난 대기록을 앞두고도 홈런에 대해 초연한 마인드를 갖는 건 결코 쉽지 않다.
1995년 데뷔한 이승엽은 지난 21년간 코너에 몰렸을 때 강했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기념비적인 홈런을 수 없이 때렸다. 2002년 정규시즌 최종전 연장전서 단독 홈런왕을 확정한 47호 홈런, 그해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동점 스리런포, 2006년 WBC 1라운드 일본전 8회 역전 결승 투런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 8회 결승 투런포, 2013년 개인통산 352호 홈런(통산 1위에 올라선 홈런) 모두 타격감이 좋지 않았을 때 터진 극적인 한 방이었다. 모두 엄청난 집중력과 냉정할 정도의 마인드 컨트롤이 결합된 결과. 단순히 홈런만을 의식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었다. 극적인 상황서 오히려 냉정함을 유지하자, 훈련을 통해 몸에 입력했던 좋은 밸런스가 홈런으로 이어진 사례들.
이승엽의 400호 홈런을 앞두고 야구장에 다시 한번 잠자리채 열풍이 불어 닥칠 조짐이다. 그래도 이승엽은 초연하다. 그저 늘 하던대로 경기를 준비하고 치를 것이다. 그래서 그의 홈런 가치는 더욱 높다.
[이승엽.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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