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전임제가 필요하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최하는 '프리미어 12'. 1회 대회가 11월 8일부터 21일까지 일본과 대만에서 열린다. WBSC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국가대항전. 한국은 일본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조별리그와 결선토너먼트로 초대 우승국을 가린다.
WBSC는 프리미어 12의 성공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궁극적으로 올림픽에서 야구가 부활하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가 부활할 경우 2019년 2회 대회부터는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대회로 치른다는 구상까지 세운 상태. KBO도 WBSC에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5월 20일 기자회견서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기가 애매하다
그런데 대회 시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대부분 국내 야구관계자들이 크게 우려하는 부분. 11월 8일까지 한국시리즈를 마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KBO는 한국시리즈를 11월 초에 마친다는 구상이지만, 설령 11월초에 한국시리즈를 마친다고 해서 11월 8일에 곧바로 국가대항전을 치르는 건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심지어 올 시즌 초반 유독 비로 경기가 많이 취소되면서 11월 초에 한국시리즈를 마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의 시선도 존재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대회 직전에 한국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정규시즌 막판 더블헤더를 하면 경기력만 떨어지고, 그 피해는 선수들이 본다"라고 아쉬워 했다.
또한, 류 감독은 "시즌을 마치면 다치는 선수도 나오고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라고 했다. 포스트시즌(특히 한국시리즈)을 마친 선수들의 경우 엄청난 피로감으로 경기력과 컨디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회 개막까지 몸을 추스르고 나설 여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국제대회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선 적어도 1~2주는 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심지어 한국시리즈까지 참가한 선수들이 이 대회서 100% 컨디션으로 100%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김인식 기술위원장도 기자회견 당시 걱정했던 부분.
그리고 류 감독은 "일본은 돔도 있고 대만은 따뜻한 나라인데 왜 굳이 대회를 11월 초에 개막할까?"라고 아쉬워했다. 한국처럼 돔도 없고 11월초가 춥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11월 중순이나 말 쯤에 개막하는 게 낫지 않냐는 게 류 감독 생각이다. 그래야 대표팀이 대회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는 것. 그럴 경우 12월 비활동기간과 겹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도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라고 했다.
▲감독 전임제가 필요하다
류 감독이 그동안 프리미어 12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결정적 이유가 있다.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 민감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대회 기자회견 당시 김인식 위원장은 "감독 선임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 아시안게임,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전년도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을 수 있다"라고 했다.
만약 그 원칙이 프리미어 12에도 적용될 경우 2014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 류중일 감독이 초대 사령탑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류 감독은 "WBC와 아시안게임을 그렇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는 사령탑 선임에 대한 원칙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WBC와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맡았던 류 감독으로선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다른 그 어떤 감독도 마찬가지. 최근 수년간 WBC, 올림픽,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시즌 직전 미리 결정됐고, 그 현직 감독들은 소속팀을 이끌면서도 미리 대회 준비를 병행했다. 하지만, 프리미어 12의 경우 시즌 중 갑작스럽게 대회 개최가 결정됐다. 시즌 직후 갑작스럽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경우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류 감독은 "현실적으로 감독 전임제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 대회부터 감독 전임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좋겠다는 생각. 프로 감독에게 대표팀을 겸임시키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부담인데, 이 대회의 경우 현직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 게 더더욱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야구관계자들이 류 감독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류중일 감독(위), 프리미어 12 조편성 화면(아래). 사진 = 포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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