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청평 안경남 기자] 감독마다 선수를 보는 ‘눈’은 다르다. 어떤 감독에겐 ‘수비형 미드필더’인 선수가 어떤 감독에겐 ‘공격수’로 보인다. 마틴 레니 서울이랜드FC 감독의 눈에 주민규는 ‘공격수’로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주민규는 올 시즌 이랜드에 입단해 공격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K리그 챌린지(2부리그) 12경기를 치른 현재 11골로 득점 단독 선수다. FA컵까지 더하면 14경기 13골이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클래식(1부리그)까지 통틀어 주민규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없다. 그만큼 주민규의 발 끝은 매섭게 폭발하고 있다.
주민규의 공격수 변신을 이끈 건 레니 감독이다. 그가 주민규를 처음 본 건 이랜드 창단을 준비하면서 고양의 경기를 보러 가서다. 당시 주민규는 고양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번갈아 봤다. 공격수가 부상을 당하면 종종 공격수를 보곤 했다. 마침 레니 감독은 최전방에 선 주민규를 봤고 곧바로 영입을 결심했다.
레니 감독은 ‘공격수’ 주민규의 어떤 점을 본 것일까. 5일 청평 이랜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레니 감독은 “주민규는 플레이가 역동적이지 않아 미드필더보다 스트라이커로서의 존재감이 있다고 봤다. 등지고 볼을 가져가고 임팩트가 뛰어나다”며 주민규를 공격수로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레니 감독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등지고 볼을 가져가는 일명 ‘포스트 플레이’다. 그는 “주민규는 전방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한다. 그로 인해 다른 동료들의 공격 가담을 원활하게 한다”고 했다. 현대 축구에서 원톱 공격수는 득점 뿐만 아니라 전방에서 볼을 소유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이 되야 한다. 레니 감독은 주민규가 이 부분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했다.
주민규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민규는 “레니 감독님이 공격수 변신을 제안하시면서 K리그에 포스트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가 이동국, 김신욱 말고 누가 있느냐며 자신감을 주셨다”고 말했다. 레니 감독의 칭찬은 주민규를 춤추게 했고 ‘공격수’ 주민규를 깨웠다.
레니 감독은 주민규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길 원하고 있다. 그는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그 점에서 현재 주민규는 높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아직 포지션을 배운지 얼마 안됐다. 배울게 많고 지금보다 미래에 보여줄 것이 많다. 그렇게 된다면 진짜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규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꿈은 아니라고 했다. “주민규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가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같은 모습을 보이고 발전해야 한다. 시작을 잘해도 마무리가 약한 선수가 있다. 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며 끊임 없이 노력하길 바랐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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