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공이 없어도 없는대로 의미가 있다."
삼성은 이승엽의 400호 홈런공 주인 김재명 씨와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러나 김 씨는 5일까지 삼성 구단에 연락을 하지 않았다. 삼성은 일찌감치 400호 홈런공 주인이 공을 구단에 기증할 경우 스프링캠프 훈련 참관, 이승엽 사인배트 제공, 최고급 휴대전화기 증정, 삼성 홈 경기 시구자로 초청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사례를 약속한 상태.
하지만, 김 씨가 400호공을 잡은 뒤 이틀 연속 삼성에 연락을 하지 않은 걸 감안하면 삼성의 회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고 보면 된다. 삼성으로선 의미 있는 홈런공인만큼 회수가 최상의 시나리오. 하지만, 이승엽 400호 홈런공을 회수하기 위해 김 씨에게 먼저 연락, 설득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연한 행보다.
▲거래가 되면 안 된다
류중일 감독은 4일 포항 롯데전을 앞두고 "홈런공을 두고 거래하는 모양새는 좀 그렇다"라고 했다. 홈런공을 두고 일반인들이 온라인상에서 거래 혹은 설전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야구단은 야구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조직. 구단이 직접적으로 홈런공 주인과 거래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삼성은 이승엽이 의미 있는 홈런을 쳤을 때마다 조용히 주인의 연락을 기다렸다. 2003년 최연소 300호 홈런공의 경우 주인이 조선족 동포에게 공을 넘기려고 하자 에이스테크놀리지 구관영 회장이 1억2000만원에 구입, 2013년 삼성에 기증했다. 그해 56호 홈런공의 경우 협력업체 직원이 운 좋게 습득, 구단에 기증했고 삼성은 그에 상응하는 사례를 했다.
그러나 이승엽의 그해 55호 홈런공(당시 단일시즌 아시아 신기록 타이), 2년 전 352호 홈런공(KBO 통산 1위로 올라선 홈런공)은 회수하지 못했다. 주인이 구단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 삼성은 당연히 거래를 하지 않았다. 류 감독은 "구단 입장에선 당연히 의미 있는 홈런공을 회수하는 게 좋다. 하지만, 홈런공을 받기 위해 주인에게 사례 수준을 높이면 오히려 주인이 더 세게 나올 수 있다. 그럼 거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
현재 삼성이 갖고 있는 이승엽 주요 홈런공은 대부분 삼성 구단 역사관에 전시됐다. 이번 400호 홈런의 경우 공을 회수하지 못했지만, 배트와 장갑은 일찌감치 따로 챙긴 상황. 그 역시 삼성 역사관에 보관될 전망이다.
류 감독은 "공이 없으면 없는대로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박물관에 모든 귀중품이 빠짐 없이 전시돼있는 것 봤나?"라고 웃으며 "다 있으면 박물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구단이 이승엽의 의미 있는 홈런공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그 공은 결국 사람이 소유했다는 의미. 그만큼 그 가치가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재명 씨의 행보는
이승엽 400호 홈런공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직 김재명 씨가 온라인 경매 등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구단의 사례보다 온라인 경매로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면(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삼성 구단에 연락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천안에 사는 김 씨는 스스로 한화와 LG팬이라고 밝혔다. 삼성 혹은 이승엽에 대한 애정은 그렇게 크지 않다. 김 씨는 순전히 홈런공 습득을 위해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포항까지 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 씨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승엽은 401호, 402호 홈런을 계속 칠 것이다. 그러면 400호 홈런공의 가치는 내려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400호 홈런공의 상징성은 분명히 있다"라며 여전히 김 씨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어쨌든 선택은 김 씨가 내린다.
한편, 이승엽의 400호 홈런공 그 이상으로 기대를 모으는 홈런공도 있다. 이승엽이 은퇴 직전에 친 마지막 홈런공이다. 400호 홈런공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았다는 걸 감안하면 그의 마지막 홈런(당분간 깨지기 쉽지 않은 누적기록에 대한 가치)에 대한 관심과 쟁탈전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듯하다.
[이승엽 400호 홈런 터질 당시 포항구장 외야석(위, 가운데), 김재명씨(아래).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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