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현장에선 투수들에게 "볼넷을 줄여라"고 수 없이 말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볼넷을 활용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결국 볼넷은 투수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수 십년 동안 진행된 야구를 짚어보면, 볼넷은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아무리 타고투저 시대라고 하지만, 3할의 예술인 타격에서 연속안타만으로 대량 득점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볼넷이 섞였을 때 대량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았다. 두산의 경우 5일 목동 넥센전서 12개의 볼넷을 내줘 패배를 자초했다.
7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1위(3.79) 삼성은 볼넷도 150개로 10개구단 중 가장 적게 허용했다. 팀 평균자책점 2위(4.27) SK도 볼넷은 191개로 삼성 다음으로 적게 허용했다. 반대로 평균자책점 최하위(5.85) KT는 볼넷을 266개로 가장 많이 허용했다. 평균자책점 8~9위에 머무른 한화(5.22), 두산(5.40)은 265개, 231개로 리그에서 3번째, 2번째로 많은 볼넷을 허용했다. 꼭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볼넷을 적게 내준 팀이 자책점도 덜 기록하면서 좋은 마운드를 구성한다고 보면 된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6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투수가 볼넷을 줄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공개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투수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 염 감독은 "우리 팀의 경우 선발이 6이닝에 3~4실점만 하면 승리확률이 높아진다. 그 3~4점을 주지 않으려다 볼넷을 내줘서 6~7실점으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라
염 감독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초구 스트라이크. 그는 "투수는 초구를 한 가운데로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라고 했다. 1S가 될 경우 투수에게 유리해진다. 염 감독은 "볼카운트가 유리해지면 높은 코스 혹은 사이드로 공을 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라고 했다. 이때 타자의 손이 나와서 범타가 되면 가장 좋고, 파울 혹은 헛스윙을 유도, 더 유리한 볼카운트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럴 경우 결국 볼넷이 나올 확률이 떨어진다.
반대로 초구부터 코너워크를 하다 볼이 될 경우 투수가 불리해진다. 염 감독은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결국 투수는 볼넷을 의식, 한 가운데로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타자도 당연히 그 타이밍을 알고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 코스를 노리게 된다. 그럼 투수가 장타를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초구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은 "타자 입장에서 초구에 한 가운데로 공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투수가 초구를 좋아하는 타자의 성향을 파악하면 초구에 유인구 승부를 할 수 있다. 결국 초구보다 2B, 3B1S등 투수에게 불리한 볼카운트서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들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면, 투수가 초구 한가운데로 스트라이크를 넣다 장타를 얻어맞으면? 그건 확률적으로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초구부터 코너워크를 능숙하게 하거나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투수가 A급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다만, 염 감독 설명은 제구력이 썩 좋지 않은 보통의 투수의 경우 초구부터 피해 다니지 말고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부터 잡고 시작하는 게 확률적으로 볼넷을 허용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염 감독은 "투구 궤적은 한 가운데부터 사이드로 이동하는 게 기본이다. 사이드부터 시작해서 한 가운데로 오면 얻어맞는다"라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결정구가 필요하다
투수가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다고 해서 볼넷을 내주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초구 한 가운데 코스의 스트라이크를 잡고, 2~3구째에 사이드로 공을 빼다 타자가 파울 커트를 했다고 치자. 그럼 투수에겐 2S가 주어지고, 스트라이크 1개가 더 필요하다. 염 감독은 "그럴 때 결정구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했다.
결정구는 타자 무릎 높이, 그리고 절묘하게 바깥쪽으로 제구된 직구 혹은 자신만의 강력한 변화구를 의미한다. 흔히 자신만의 확실한 변화구(타자가 공략하기 힘든 것)를 갖고 있는 투수는 언제든 타자에게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타자로선 1~2구부터 손이 나갈 수밖에 없다. 2S가 될 경우 그 변화구에 그대로 당할 수 있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
염 감독은 "공격적인 투구가 볼넷을 적게 내줄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했다. 이어 "삼진왕은 리그 1명이다. 그런데 대부분 투수가 삼진을 잡으려고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가장 좋은 건 1~3구 이내에 확실한 무기를 갖고 범타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유리한 볼카운트서 확실한 결정구로 타자를 쫓기게 만들어야 볼넷 확률을 낮추는 대신 범타 혹은 삼진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염 감독은 "올 시즌 목표는 볼넷을 줄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타선보다 마운드가 약간 아쉬운 넥센. 7일 현재 넥센 투수들은 218개, 경기당 3.82개의 볼넷을 내줬다. 지난해 경기당 4.03개에 비해 0.21개 줄어들었다.
[전광판에 표시된 C(위), 넥센 손혁 투수코치와 투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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