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으로선 엄청난 충격이었다.
역전패를 당할 수는 있다. 요즘 같은 타고투저 시대에 경기 막판 2~3점 차가 뒤집히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두산은 6일 목동 넥센전서 무려 8점차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8-0으로 앞섰으나 오현택, 노경은이 합작 4⅔이닝 동안 홈런 3개를 내주면서 합작 5실점했다. 결국 연장 10회 8-9 패배.
지켜볼 부분은 두산의 불펜 운영. 김태형 감독은 선발투수 유네스키 마야가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긴 상황서 내려가자 곧바로 오현택을 투입했다. 오현택은 최근 두산 필승계투조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었다. 김 감독은 5회 2사에 투입한 오현택을 8회 1사까지 기용했다. 그리고 마무리 노경은도 결과적으로 2이닝을 소화시켰다. 불펜이 무려 4⅔이닝을 소화한 경기서 투입한 투수는 단 2명에 불과했다.
▲무너진 필승조
오현택을 2⅔이닝, 노경은을 2이닝 소화시킨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이해가 된다. 오현택은 4일 잠실 KIA전서 1⅔이닝을 소화했고 5일 경기서 휴식했다. 약간 무리인 듯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 심지어 마무리 노경은은 5월 31일 수원 KT전 이후 무려 6일만의 등판.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오현택, 노경은 카드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4⅔이닝이란 긴 이닝을 오현택과 노경은에게만 맡겨야 할 정도로 두산의 불펜 사정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일단 베테랑 이재우의 경우 5일 경기서 2⅔이닝 3실점했다. 투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왼손 셋업맨 함덕주는 5일 경기서 ⅓이닝 소화했다. 충분히 연투도 가능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함덕주를 투입하지 않았다. 넥센 타선이 여전히 우타 위주이기도 하지만, 함덕주 자체적으로 벤치에 100%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왼손 원포인트로 기용되는 그는 최근 4경기 연속 안타를 맞았다. 5일 경기서는 ⅓이닝을 막는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허용했다.
마무리를 노경은에게 내준 윤명준은 여전히 좋지 않다. 5일 경기서도 1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고 무너졌다. 올 시즌 30이닝을 던지면서 벌써 7개의 홈런을 내줬다. 김 감독은 윤명준에게 여유 있는 상황에서 등판을 시켜 구위 및 자신감 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자신의 투구에 대한 확신이 없다. 자신 있게 강약조절을 해야 한다. 멘탈적인 부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두산은 시즌 초반 마무리 윤명준을 축으로 김강률 이재우 함덕주로 필승계투조를 꾸렸다. 그러나 윤명준은 부진으로 마무리 보직을 노경은에게 넘겼고, 김강률은 시즌 아웃됐다. 이재우와 함덕주는 기복이 있다. 시즌 도중 페이스를 끌어올린 오현택과 마무리 노경은 외엔 확실히 믿을 카드가 없다. 사실상 필승조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런 두 사람조차 6일 경기서 무너졌다. 두산으로선 8점차 역전패 충격보다도 8점차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필승계투조의 힘이 떨어진 걸 절감한 게 더욱 뼈 아팠다. 두산 불펜은 노경은 마무리 전환 이후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찾았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믿을만한 카드가 부족하다.
▲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오현택과 노경은이 피홈런 3개로 흔들렸다고 해서 두산 불펜이 완벽히 붕괴된 건 아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두산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 하지만, 궁극적으로 오현택과 노경은에게 의존하는 시스템은 위험하다. 특히 노경은의 경우 마무리로 돌아선 뒤 5경기 중 3경기서 1이닝 넘게 소화했다. 오현택의 경우 투런포 1개 맞은 것 외엔 투구내용은 나쁘지 않았고, 구위도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 두산 불펜 시스템 속에선 두 사람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6월은 혹서기의 초입. 8~9월 순위싸움까지 버텨내려면 오현택과 노경은의 구위 유지가 중요하고,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좀 더 확실한 불펜투수 발굴로 시너지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현 시스템 속에선 윤명준과 함덕주의 부활 및 꾸준한 호투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경험이 풍족한 편은 아니다. 김 감독은 계속 기회를 주고 있지만, 반등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 아직 1군에 올라오지 않은 이현승 카드도 있지만, 불펜보다는 선발이 어울린다.
따지고 보면 두산 불펜은 최근 몇 년간 비슷한 어려움을 반복했다. 불펜 희비에 따라 경기 흐름이 뒤죽박죽 흔들렸다. 계산된 시즌 운영을 하기가 어려웠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많이 사용했다. 결국 순위싸움의 최대 승부처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떨어졌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4~5월 잘 나가다 6월 들어 마운드, 특히 불펜이 흔들리면서 추락했다. 올 시즌에도 같은 흐름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노경은(위), 오현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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