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돈이 문제인가.
남녀농구대표팀에 전임감독제가 필요한 건 명확한 사실이다. 프로팀 감독에게 대표팀을 겸임시키는 건 무리한 처사다. 엄연히 소속팀에서 연봉을 받지만, 실질적으로 대표팀에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한다. 더구나 올해 남자의 경우 아시아선수권대회와 프로농구 정규시즌 초반 일정이 겹친다. 2017년부터는 남자농구부터 아시아선수권대회 홈&어웨이 시스템이 도입된다. 프로농구 시즌 중 A매치가 열릴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전임제를 미룰 순 없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도 "늦어도 내년부터는 전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임감독제 도입이 미뤄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돈이다. 실제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 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바뀌었다. 지원금 배분 방식도 바뀌었다. 그동안 대한농구협회는 KBL로부터 대표팀 운영비를 지원 받았다. 하지만, 이젠 스포츠토토 지원금을 직접적으로 성인 대표팀에 쓸 수 없다. KBL은 대표팀 지원에 손을 뗐다. 결국 농구협회는 자체 예산으로 대표팀을 운영해야 한다.
▲농구협회의 딜레마
그런데 대한농구협회 자체 예산이 많지 않다. 방열 회장은 기업인이 아니다. 자체적으로 예산을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유치하는 지자체 농구협회로부터 벌어들이는 금액이 사실상 농구협회의 유일한 수익 루트. 외부 스폰서 유치가 쉽지 않은 건 인기가 없는 한국농구의 무거운 현실이다. 농구협회의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또 하나. 대한농구협회가 관리하는 대표팀은 남녀성인대표팀만 있는 게 아니다. 매년 각급 청소년 아시아, 세계대회가 열린다. 다음달에는 유니버시아드대회도 열린다. 농구협회가 성인대표팀 운영에만 올인, 많은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 특히 전임제를 운영하면 당장 코칭스태프에게 드는 돈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당시 남자대표팀이 전임감독제를 운영했다. 당시 농구협회는 김남기 감독과 김유택 코치 체제로 최종예선을 치렀다. 김 감독은 당시 보수로 1억원 정도를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09년 갑작스럽게 오리온스로 떠났다. 결국 많은 금액을 제시한 프로구단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던 것. 농구협회로선 오리온스로 떠난 김 감독을 막을 수 없었다.
만약 농구협회가 지금 다시 전임제를 운영한다면, 7년 전 1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감독에게 줄 수 있을까.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상황서 성인대표팀 감독에게만 1억원 이상을 주면 대표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현재 농구협회 자체적인 예산으로는 재야의 농구인을 전임감독으로 선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농구협회는 많은 부작용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프로농구 우승팀 감독에게 대표팀 겸임을 시키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에도 남자 유재학-유도훈 감독, 여자 위성우-서동철 감독을 최종후보로 올려놨다.
▲정말 대안은 없는걸까
7년 전 농구협회의 남자대표팀 전임감독 공개모집 때 무려 6명의 농구인이 지원했다. 정말 프로 감독보다 대체로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했던 것일까. 최근 한 현직 지도자는 "무보수로 대표팀을 맡겠다는 농구인이 정말 없나"라고 했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도 "농구인들이 협회 사정을 알고 있고, 전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농구협회가 재야 농구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봤는지 궁금하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돈 적게 받는다고 대표팀을 사양할 사람들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농구관계자는 "농구인들이 한국농구 어려운 사정을 왜 모르겠나. 감독에게 드는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당장 전임제 도입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전임 감독과 단기계약을 맺으면, 보수도 최소화하고 전임제를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 2년 뒤까지 시간도 벌 수 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농구협회가 대표팀 운영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완성하는 것이다. 7년 전 전임감독제를 운영할 때도 막상 전임감독을 뽑아놓기만 했지, 대표팀 지원 시스템에는 허점이 많았다. 언론들이 수 없이 강조했지만, 전임제 도입 유무를 떠나서 대표팀 운영의 장기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남자대표팀이 지난해 16년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이후 상황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월드컵 참가를 통해 파워와 테크닉 향상, A매치 정례화, 귀화선수 도입 등 많은 과제를 얻었다. 확고한 대표팀 운영 시스템이 없는 현 상황에선 이런 부분을 수정 및 보완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전임제 도입 논란에는 오로지 돈 얘기뿐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건 맞다. 투자를 늘려야 장기적으로 대표팀 경기력 향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농구협회가 예산을 최대한 아끼면서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 장기적인 시스템(당연히 예산 증강을 위한 방안도 포함)을 구축하고 비전을 제시하면(전임제 도입 유무를 떠나서 반드시 해야 할 일들) 적은 보수에도 전임 감독을 맡을 사람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게 농구 관계자들 견해다. 하지만, 지금 농구협회는 단순히 편리한 일처리를 위해 예산을 핑계로 전임제 도입에 미온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전임제 도입을 위해 제대로 부딪혀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예산부족 때문에 전임제를 도입하지 못한다는 건 일정 부분에선 맞는 말이지만, 사실은 핑계밖에 안 된다. 농구협회가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 성의를 보이고, 지금의 현실 속에서 실천 가능한 대안부터 내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 농구협회가 먼저 전임 감독 후보자들에게 한국농구의 비전을 제시하면, 적은 보수에도 농구협회와 손 잡을 전임 지도자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그 다음에 프로 감독들에게 겸임을 시키는 방법을 논의하는 게 맞다. 농구협회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남자농구대표팀 지난해 평가전 장면(위), 대한농구협회(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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