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분명한 원칙과 철학이 있다.
넥센은 타선에 비해 마운드가 상대적으로 불안하다. 특히 불안한 토종 선발진은 여전히 아킬레스건. 하지만, 불펜은 조금씩 틀이 잡혀간다. 한현희가 선발로 자리를 옮겼지만, 마무리 손승락을 축으로 조상우를 확실한 자원으로 키워냈다. 올 시즌에는 김대우와 김영민을 필승조로 성장시켰다. 아직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염경엽 감독 나름의 육성법과 기용법이 있기 때문에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
특히 지난 6일 목동 두산전이 인상적이었다. 넥센은 당시 4회초까지 0-8로 뒤진 게임을 9회 2사 후 극적인 8-8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장 10회 김하성의 끝내기 솔로포로 극적으로 9-8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당시 염 감독은 좋지 않았던 선발투수 밴헤켄을 4이닝만에 내렸다. 이후 김동준에게 1이닝을 맡긴 뒤 6회부터 김영민(2이닝), 조상우(1이닝), 손승락(2이닝)을 투입,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끌려가는 게임, 필승조 투입의 원칙
지는 게임서 필승조까지 내면 데미지가 2배 이상이다. 정규시즌은 1경기가 아닌 144경기이기 때문. 염 감독은 "필승조를 내고 지면 다음 1경기가 아닌 다음 1주일간 타격을 받는다"라고 했다. 그래도 염 감독은 "끌려가는 게임에 필승조를 투입하는 것은 몇 가지 원칙이 있다"라고 했다. 크게 4~5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최근 팀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염 감독은 "최근 3~4경기서 연승을 할 수 있는 흐름을 탔는지 본다"라고 했다. 설령 패배했다고 해도 연승할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뒤진 게임서도 과감히 필승조를 노려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염 감독은 "우리 필승조의 휴식기간을 체크한다"라고 했다. 그날 지는 게임에 필승조를 내도 다음 경기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염 감독은 6일 경기 당시 김대우 외에는 모든 필승조 투입이 지장 없다고 판단했다. 보통 토요일(6일 경기 역시 토요일)에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염 감독은 "토요일에 필승조를 지는 게임에 넣는다고 해도 일요일, 월요일까지 이틀을 쉬게 해주면 다음주 마운드 운영에 지장이 없다"라고 했다.
다음으로는 "타선이 상대 불펜에 몇 점을 낼 수 있는지는 계산한다"라고 했다. 필승조가 무실점으로 막아준다고 해도, 결국 타선이 상대 필승조를 넘어서야 역전극이 완성된다. 일단 최근 3~4경기서의 흐름과 타선의 힘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지만, 상대 불펜 투수들의 객관적인 힘과 최근 페이스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6일 경기서는 아무래도 두산 불펜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염 감독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또 하나. 염 감독은 "그날 경기 흐름을 본다"라고 했다. 중요한 부분. 아무리 필승조를 투입할 수 있다고 해도 그날 경기 흐름상 뒤집을 것 같은 분위기가 생기지 않으면 필승조를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6일 경기 당시 0-8로 뒤진 넥센은 4회 1점, 5회 3점을 추격했다. 염 감독은 "만약 5회 3점을 내지 못했다면 필승조를 넣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4점 뒤진 상황서 클리닝타임을 맞았다. 하지만, 분명 넥센이 추격하는 흐름이었다.
염 감독은 "최소 4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필승조를 투입한다"라면서도 "우리 투수에게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판단하면 모든 조건이 다 맞아떨어져도 절대 필승조를 지는 게임에 투입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필승조 전진-후퇴 시스템
넥센 불펜진은 한현희가 선발로 이동하면서, 손승락-조상우만 남았다. 염 감독은 올 시즌 김영민과 김대우를 추가했다. 언더핸드 김대우의 경우 팔 높이를 약간 높여 구속을 약간 증가시켰다. 염 감독은 "이제 팀에 확신을 주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김영민의 경우 아직 연투가 불안하다는 게 염 감독 견해. 그러나 염 감독은 "스스로 머리도 빡빡 밀고 그런다. 의식이 달라진 것"이라면서 "본인에게 가장 편안한 상황에 넣어주려고 한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어떻게 김대우와 김영민을 필승조로 키워내고 있을까. 이 역시 원칙이 있다. 그는 "그냥 만들어지는 건 없다. 과정이 있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일단 5점 정도 지고 있을 때 투입한다. 괜찮으면 3점 정도 지고 있을 때 넣는다. 또 괜찮으면 3점 정도 이기고 있을 때 넣는다. 그래도 괜찮으면 동점일 때 넣고, 그 다음에는 1~2점 리드일 때 넣는다"라고 했다.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 이른바 전진과 후퇴 시스템. 염 감독은 "각 상황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 다시 그 전 단계로 돌아간다"라고 했다. 이어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면 분명히 성공한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3점 지고 있을 때, 3점 이기고 있을 때 좋은 투구를 보였으나 동점일 때 좋지 않았다면 다시 3점 이기거나 지고 있을 때 투입되는 단계로 돌아간다. 성공할 때까지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염 감독은 "자꾸 본인에게 적응을 시켜야 한다. 조상우도 그렇게 성장했다. 계속 각 단계별로 전진, 후퇴시키면서 키워내야 한다"라고 했다. 믿을만한 필승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KBO리그. 염 감독의 필승조 육성법, 뒤지고 있을 때의 기용 철학 등은 단연 인상적이다.
[염경엽 감독(위], 김대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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