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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한화 이글스에 송창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고정 선발투수나 마무리투수도 아니다. 그렇다고 필승조로 분류하기도 모호한 보직이 바로 스윙맨, 전천후 투수다. 송창식이 그렇다. 그래서일까. 그의 활약은 다소 가려진 면이 없지 않다. 송창식은 올 시즌 한화 투수 중 4번째로 많은 30경기(2선발)에 등판해 3승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9(46이닝 25자책)를 기록 중이다. 소화 이닝도 계투진 중 권혁(54이닝), 박정진(52⅔이닝) 다음으로 많다.
보직을 가리지 않는다. 주로 추격조로 나서지만 상황에 따라 선발 등판도 마다치 않는다. 최근 2년간 그랬다. 전날(13일) 대전 LG 트윈스전 선발 등판은 11일 대구 삼성전 구원 등판 이틀 만에 이뤄졌다. 지난 4월 25일 SK전 시즌 첫 선발 등판도 계투로 1⅔이닝을 소화한 지 이틀 만이었다. 그런데도 흔들림은 없었다. 송창식은 올 시즌 선발 등판한 2경기에서 모두 5이닝씩 던지며 총 3점만 내줬다. 1승 평균자책점 2.70. 전날도 5이닝 2피안타(1홈런) 2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쾌투로 팀의 8-1 완승을 이끌었다.
그래서 따라온 게 1,088일 만의 선발승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대전 LG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는 퓨처스리그(2군) 경기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낮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 대체 선발로 1군 마운드에 올랐고, 5이닝 무실점 쾌투로 선발승을 따낸 바 있다. 소위 말하는 '스팟성 선발'로 컨디션 조절이 어려울 법한데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는 "관리 잘해야죠"라며 책임감을 보일 뿐이다.
경기 직후 만난 송창식의 목에는 '유먼 메달'이 걸려 있었다. 투수 부문 수훈선수였기 때문이다. 잘 어울렸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선발승을 따내 기쁘고, 빈자리에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6회 1이닝 더 던져주지 못해 아쉽다"며 "불펜 부담을 덜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5회까지 투구수 65개에 불과했으나 6회초 첫 타자 김용의에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던 송창식이다.
송창식 옆을 지나가던 김성근 한화 감독도 "잘 던졌어"라고 칭찬했다. 송창식은 "이틀 전 삼성전에서 투구수가 많지 않아 특별히 힘들진 않았다"며 "3년 전 LG전서 마지막 선발승을 따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마운드에 올랐다. 위기 상황에서도 내 공에 확신을 갖고 던졌다"고 말했다.
보직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송창식은 "크게 다른 점은 없다"며 "계속 선발투수를 해온 게 아니라 1이닝씩만 던진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선발과 중간이 상황은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많은 생각 하게 되면 오히려 리듬이 깨진다. 선발 때도 중간으로 1이닝 막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진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보직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말. 어찌 보면 교과서 같다. 그런데 지금 송창식의 상황이 딱 그렇다. 고정 선발투수와 필승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여기에 믿고 쓸 수 있는 전천후 투수 한 명 더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한화는 지금 박정진-권혁-윤규진이 뒷문을 지켜주고 있다. 정대훈과 김기현도 그들 앞에서 상대 타선을 가로막는다. 여기에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송창식이 있다. 그에게 '선발 욕심은 없는가'라고 묻자 "좋은 기회가 있다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2012년 필승조(47경기 4승 3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2.91), 2013년 마무리(57경기 4승 6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3.42)로 뒷문을 지켰고, 데뷔 첫해인 2008년에는 선발투수로 8승(7패)을 따냈던 송창식이다. 안 해본 게 없다. 지난해 26경기에서 1승 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7.45로 무너졌을 때만 해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에서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고, 한화 마운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다시 떠올랐다.
[한화 이글스 송창식.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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