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삼성 장원삼은 1군에서 말소됐다.
13일 광주 KIA전서 2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5월 21일 잠실 두산전(6.2이닝 무실점-승리) 이후 4경기서 3패 평균자책점 15.80. 4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5실점을 넘겼다. 이 기간 피홈런은 무려 6개.
1군 말소는 불가피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주중 한화전 당시 "원삼이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래도 좋지 않으면 2군에 보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류 감독은 장원삼이 구위를 끌어올리려다 투구 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제구까지 무너졌다고 판단했다. 장원삼은 직구보다는 변화구 제구력이 원활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결국 더 이상 장원삼이 선발로 나서는 건 본인과 팀 모두에 좋지 않다. 류 감독과 장원삼은 결단을 내렸다. 장원삼은 당분간 투구밸런스 조정기를 갖게 된다.
▲장원삼 1군 말소를 바라보는 시선들
장원삼의 부진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다. 5월 21일 잠실 두산전 승리 직전에도 꾸준한 모습은 아니었다. 대량실점-호투 패턴이 반복됐다. 다만, 류중일 감독은 핵심 선수의 부진에도 최대한 믿고 기다리는 스타일.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팬들은 류 감독의 결단이 너무 늦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믿음도 좋지만 때로는 간판선수에게 과감하게 자극을 주고, 퓨처스 투수들에게도 희망을 줘야 한다는 지적.
그러나 류 감독은 "팬들은 자꾸 바꾸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팀 사정은 내가 가장 잘 안다. 2군에 원삼이보다 잘 하는 투수가 없다"라고 했다. 류 감독의 말은 사실이다. 1군에서 부진한 선수를 곧바로 퓨처스에 내리고 대체자를 1군에 올려도 팀 전력에 이상이 없을 정도로 삼성 퓨처스 사정이 썩 좋은 건 아니다. 실제 류 감독은 수 차례 "1군 백업도 그렇고, 2군에도 전체적으로 쓸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라고 걱정했다. 삼성은 지난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신인드래프트서 좋은 선수를 많이 수집하지 못했다. 류 감독이 1군 간판스타에게 끝까지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팬들의 지적도 이해가 된다. 퓨처스에 선수가 부족하다면 퓨처스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을 육성하고 1군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 여전히 희망은 있다. 삼성은 10개구단 중 좋은 코치들이 가장 많다. 퓨처스와 3군 연계시스템도 가장 좋다. 류 감독도 마냥 기다리는 건 아니다. 장원삼의 1군 제외에 대비, 일찌감치 김건한과 김기태에게 퓨처스에서 선발수업을 받도록 지시했다.
▲영원한 믿음은 없다
류 감독은 일전에 "감독은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 된다"라고 했다. FA 광풍으로 수십억을 받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그들에게 "나를 따르라"식의 리더십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평가. 류 감독은 간판스타들을 최대한 존중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하나로 묶고, 팀에 헌신하도록 유도한다. 이 부분은 통합 4연패를 이끈 원동력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장원삼의 1군 말소처럼 류 감독도 영원히 부진한 선수를 기다리는 법은 없다. 류 감독은 14일 장원삼을 1군에서 제외하면서 1군 복귀시기를 거론하지 않았다. 결국 1군에 올라와야 할 선수이지만, 좋아졌다는 보고를 받지 않을 경우 곧바로 1군에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4년간 류 감독의 스타일이었다.
장원삼 대신 김기태 혹은 김건한이 임시 선발로 기회를 얻는다. 만약 두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낼 경우 류 감독은 어떻게든 안고 가려고 할 것이다. 그의 지론 중 하나가 "선수는 자리를 비워선 안 된다"다. 그러나 어쨌든 장원삼은 자리를 비웠고, 대체자가 활약할 경우 장원삼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야수진의 경우 박해민, 구자욱이 지난 1~2년간 그렇게 성장했다.
삼성은 NC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2위다. 좋은 성적이지만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던 2012년 이후 승수쌓기 페이스가 가장 저조한 것도 사실. 실제 작년보다 마운드가 안정됐지만, 타선 기복은 훨씬 더 심각하다. NC, 한화 등의 급성장도 무시할 수 없다. 더 이상 삼성이 순위싸움서 독주한다는 법은 없다. 60억원을 받는 장원삼의 1군 말소를 계기로 기존 간판선수들도 한번쯤 자극을 받을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런 점에서 장원삼 1군 말소는 삼성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원삼(위), 류중일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