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올해 급성장한 LG 내야수 양석환(24)은 꼭 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잭 한나한(35)의 3루 수비였다.
그러나 한나한은 끝내 3루수로 서지 못하고 LG에서 방출되고 말았다. 종아리 통증으로 시즌이 개막하고 나서도 한달 이상 공백을 보였던 한나한은 늦게나마 한국 무대에 데뷔했지만 지명타자나 1루수로 나선 게 전부였다.
평소 한나한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며 빅리거 출신 선수의 장점을 흡수하고 싶었던 양석환은 한나한의 '고급 수비'를 보고 싶었지만 끝내 볼 수 없었다.
양석환은 타격에서는 변화구 대처 능력을 키우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3루 수비에 관해서는 고민이 있다. "프로에서는 타구가 빨라 수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말.
고민에 휩싸인 양석환에게 다가간 것은 다름 아닌 한나한이었다. 한나한은 LG 유니폼을 벗기에 앞서 양석환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줬다.
"나는 네 나이 때 마이너리그에서 엄청나게 많은 실책을 저질렀다. 내야수와 실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나도 5년 이상 고생하면서 빅리그에 올라왔다"
2001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지명을 받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입단했던 한나한은 2002년 더블A에서 뛰면서 3루수로 132경기에 나와 무려 실책 34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꾸 나오는 실책 때문에 괴로울 법도 했지만 이 같은 과정이 있었기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안정된 수비를 보일 수 있었다. 2008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126경기에 나와 실책 9개가 전부였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이던 2011년 104경기에서 실책 5개만 기록한 그였다.
양석환은 한나한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1년 동안 실책 1개도 안 하는 선수는 없다"는 양석환은 "나도 나이가 어려서 실책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수를 최대한 줄이고 싶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비록 한나한이 직접 수비하는 장면은 보지 못했지만 빅리그에서도 정상급 수비를 보여줬던 한나한이 자신의 아픈(?) 과거까지 드러내며 조언을 해준 것은 양석환의 야구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한 장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양석환은 이제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루이스 히메네스(27)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한다. 히메네스는 곧 3루수로 출전할 예정이라 양석환이 출전 횟수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양석환은 "길게 봐서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히메네스는 빅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이고 연습하는 걸 보니까 움직임이 좋더라.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표하고 있다.
"지금도 히메네스에게 많은 걸 물어보고 있다"는 양석환은 앞으로도 주저 없이 히메네스에게 물어볼 참이다. 한나한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히메네스의 노하우를 품을 양석환의 성장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양석환(첫 번째 사진)과 잭 한나한.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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