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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실제 세계인가, 아니면 착각인가?"
18일 서울 강남구 EBS 스페이스홀에서 EBS 다큐프라임 창사특집 '감각의 제국'(6부작) 기자초청 설명회가 진행됐다.
'감각의 제국'은 국내 다큐멘터리에서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접근으로 '감각'을 담아낸 작품이다. '감각'이라는 자연과학적 소재를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풀어냈다. '바퀴'로 2010년 한국PD대상에서 TV부문 실험정신상을 수상한 문동현 PD가 연출했다.
EBS 사내 공모전을 통해 발탁된 아이템으로 당초 오감에다가 육감까지 더하기로 구상했지만, 의학적인 접근에 머물고 싶지 않아 각기 다른 주제로 여섯 편을 구성했다. "여섯 편을 보고 나서 옆 사람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싶었다"는 게 기획의도다.
"인문학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는 다큐를 하고 싶었다"는 문 PD는 "정보나 지식에 치우치는 다큐, 반대로 너무 정서적이기만 한 다큐가 아니라 그 두 개가 접목되는 다큐를 제작하려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판타지적 분위기와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을 연출하는 등 감각적 영상미도 돋보였다. 문 PD는 "내레이션이나 텍스트에 의존하는 다큐가 아닌 영화적 스토리텔링"이라고 설명했다. '감각의 제국'이란 제목도 동명 영화에서 생각해낸 이름이다.
제작에 특히 심혈을 기울여, 여주에 있는 300평 짜리 빈 창고를 대여해 한겨울 추운 날씨 속에 아역배우와 스태프들이 고생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도 담겼다.
청각이나 시각 등에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사연도 포함됐는데, 문 PD는 장애에 초점 맞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정 감각의 결핍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감각과 방식인 것"이라면서 "오히려 오감이 다 있는 우리들 중에도 많은 분들이 장애가 있지 않나.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거나 무관심한 것들이 오히려 '공감'적인 측면에선 더 장애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EBS는 전통적으로 뛰어난 수준의 다큐멘터리를 쏟아내며 많은 다큐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감각의 제국' 역시 큰 기대감을 주는 이유다.
다만 이날 문 PD는 "사실상 EBS 말고는 다큐멘터리가 멸종돼 가고 있지 않나 싶다"며 "다큐멘터리의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좋은 정보나 가치를 발굴해 시청자와 나눠야 한다"고 밝힌 문 PD로 "가장 적합한 장르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방송사들이 "장르의 편중, 편식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감각의 제국'은 22일부터 7월 1일까지 오후 9시 50분 방송.
1부 '살아있는 모든 것은 감각한다'는 감각의 기원과 역사를 통해 감각의 본질에 대해 다룬다. 한 소녀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모험을 통해 다양한 감각세계를 경험한다. 일주일간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착각의 성'은 뇌가 일으키는 흥미로운 착시현상을 재현했다.
2부 '오감의 흔적, 뇌'는 감각과 뇌의 연관성을 뇌 과학으로 접근한다. 감각은 인간의 뇌를 만들고 바꾸는데 영향을 끼친다. 태아 때부터 노인이 되기까지 인간의 오감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실험으로 증명해 보인다.
3부 '감각의 변주곡, 기억'은 일상의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자폐아 최준의 이야기를 통해 소리만으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부 '봄(Seeing)의 기적'은 헬렌 켈러의 삶을 연상시키는 일러스트레이터 구경선 씨의 일상을 보여주며, 우리가 놓치기 쉬운 하루의 풍경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자 하는 구경선 작가가 꿈꾸는 일상을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난다.
5부 '퍼펙트 센스'에서는 특정 감각이 결여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감각의 소중함을 느낀다. '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CIPA)'을 앓고 있는 삼남매, '어셔증후군(청각장애와 시각장애가 함께 진행되는 유전적 질환)'이 있는 우정민 씨 등의 이야기를 통해 감각의 소중함을 한번 더 곱씹어보게 한다.
6부 '이기적 본능, 공감'은 심리학, 의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공감의 색다른 접근 방식을 들어보고, 감각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본다. 함께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인 공감에 대해 생각한다.
[사진 = EBS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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