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승만큼 10승도 소중하다.
올 시즌 20승 투수가 대거 등장할 조짐이다. 아직 정규시즌은 반환점을 돌지 않았지만, 알프레도 피가로(삼성)가 10승에 선착했다. 지난해 앤디 밴헤켄(넥센, 20승)보다도 빠른 페이스. 9승을 거둔 유희관(두산), 8승 대열의 밴헤켄, 에릭 해커(NC), 조시 린드블럼(롯데), 김광현(SK)도 20승을 노릴 수 있는 페이스.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20승 투수 후보가 즐비한 건 이례적이다.
그런데 대다수 투수에게 20승보다 더 소중한 건 10승이다. 20승은 어차피 그해 특출난 선수들이 도전하는 특급 기록이지만, 10승은 대다수 투수가 목표로 삼고 뛴다. 매년 10승 투수는 쏟아져 나오지만, 알고 보면 10승을 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투수가 10승을 해본 투수보다 훨씬 더 많다. 10승 투수 타이틀을 달아본 투수와 그렇지 못한 투수들은 업계의 대우부터 천지차이다.
▲생애 첫 10승
'야구는 원래 잘했던 선수가 잘한다'는 말이 있다. 투수 10승도 마찬가지. 10승을 해봤던 투수가 또 10승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매년 감격의 생애 첫 10승 고지에 오르는 투수도 있다. 올 시즌에도 그 가능성이 보이는 투수들이 있다.
현 시점에선 넥센 송신영과 한현희가 유력후보. 두 사람은 나란히 6승을 챙겼다. 커리어 대부분을 불펜에서 보냈던 두 투수는 올 시즌 나란히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했다. 베테랑 송신영은 현대 시절부터 꾸준히 마당쇠로 뛰어왔다. 그러나 올 시즌 특유의 노련미를 극대화, 효율적인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현재 컨디션 조절을 위해 1군에서 제외된 상태. 복귀 후 체력관리만 잘한다면 데뷔 15시즌만에 감격의 첫 10승도 가능하다.
한현희의 경우 염경엽 감독이 더 이상 불펜에선 통하지 않겠다고 판단, 선발로 전환시킨 케이스. 평균자책점 5.91로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토종 선발투수 육성이 절실한 넥센 사정상 향후 수년간 선발로 뛸 가능성이 크다. 생애 첫 10승도 가능한 페이스. 선발투수로서의 성장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
▲6시즌 연속 10승
FA 이적생 장원준(두산). 12경기서 6승3패 평균자책점 3.65. 12경기서 퀄리티스타트가 6회라는 게 약간 아쉽지만, 그 6경기 중 5경기서 승수를 챙겼다. 퀄리티스타트를 하지 못한 6경기서도 5회 이전에 강판된 케이스는 없었다. 와르르 무너지지 않은 채 5~7이닝을 꾸준히 2~4실점으로 막아내고 있다. 아주 빼어난 피칭은 아니더라도 순항 중이다.
장원준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챙겼다. 2008년 12승, 2009년 13승, 2010년 12승, 2011년 15승, 2014년 10승. 올 시즌에도 이변이 없는 한 10승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6시즌 연속 10승은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선동열, 정민태, 다니엘 리오스, 류현진 등 단 4명만 달성한 대기록. 왼손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2006년~2011년)에 이어 두번째 도전.
역대 최다연속 10승은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의 10년(1989년~1998년). 뒤를 이어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8년(1992년~1999년) 기록을 갖고 있다. 아직 만 30세의 장원준은 큰 부상 없이 꾸준히 10승을 찍어왔다. 지금처럼 몸 관리를 착실히 한다면 이강철, 정민철 기록에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7년만의 10승
감격의 10승을 맞이할 투수도 보인다. 주인공은 손민한(NC). 회춘투다. 12경기서 7승4패 평균자책점 4.10. 지금 페이스라면 10승은 무난하다. 손민한의 10승은 의미가 크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10승을 챙겼으나 이후 부상과 부진으로 방황했다. 2013년부터 NC에서 재기를 모색했고 올 시즌 7년만에 풀타임 선발로 뛰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만 40세 베테랑 손민한에게 충분히 휴식기간을 주면서 선발 등판시키고 있다. 7년만의 10승 도전. 이 또한 전례 없는 진기록이다.
안영명(한화)도 6년만에 10승을 노린다. 19경기서 7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4.55. 시즌 초반 불펜투수로 뛰었지만, 지금은 꾸준히 선발로 나서고 있다. 김성근 감독 스타일상 꾸준히 선발로 나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선발로서의 페이스가 그리 나쁘지 않은데다 확실한 선발투수가 많지 않은 한화 사정상 불펜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은 듯하다. 6년만에 10승을 달성한다면, 안영명 개인적으로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위에서부터 송신영, 한현희, 장원준, 손민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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