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은 마무리투수를 또 바꿨다.
김태형 감독은 21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이현승-오현택 더블 마무리 시스템을 선언했다. 그리고 최근 구원 실패로 심리적 타격이 있었던 노경은을 22일 1군에서 뺐다. 두산 불펜은 또 다시 재정비에 들어갔다.
두산의 마무리투수 교체는 올 시즌에만 네번째. (스프링캠프 때 마무리로 점 찍었던 노경은이 턱 관절 부상으로 이탈한 것까지 포함하면 다섯번). 개막과 동시에 윤명준을 마무리로 내세웠다. 그러나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4월 말 집단 마무리를 택했다. 그러나 김강률의 아킬레스건 파열과 시즌 아웃으로 윤명준을 재신임했다. 그런데 윤명준은 계속 흔들렸다. 김 감독은 5월 말 노경은을 새 마무리로 택했다. 노경은도 오래가지 못했고 1개월만에 더블 스토퍼로 재정비했다.
타고투저, 뒷문 불안시대라고 하지만 시즌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서 두산의 연이은 마무리 교체는 확실히 정상적이지는 않다. 올 시즌 두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75로 9위. 블론세이브도 11개로 리그 1위.
▲기대효과
두산은 23일 현재 37승27패, 3위. 선두 NC에 단 1경기 뒤졌다. 시즌 내내 1~3위를 맴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장기레이스에서 뒷문이 허약하면 그 팀은 순식간에 중, 하위권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하지만, 두산은 계속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일단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초보사령탑답지 않게 실패를 재빨리 인식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선수를 믿어주되, 아니다 싶을 땐 과감하게 교체하거나 대안을 제시한다. 마무리 교체 뿐 아니라 외국인타자 잭 루츠의 교체, 시즌 초반 부진했던 베테랑 홍성흔의 2군행 등도 비슷한 사례. 김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 속에서 팀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고 뒤처지지 않았다. 일종의 순기능.
야수진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두산 야수 개개인의 경쟁력이 리그 최상급인 건 검증된 사실. 타격뿐 아니라 내, 외야 수비력도 물셀 틈 없다. 이미 마무리투수가 끝내기 홈런 등 결정타를 얻어맞으면서 큰 점수차가 뒤집히거나 대패를 당한 게 1~2게임이 아니다. 야수들도 힘이 빠지는 게 정상. 그러나 두산 야수진은 그 다음 경기, 혹은 그 다음 이닝에서 또 다시 초인적인 공수집중력을 발휘, 뚝 떨어진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때문에 충격적인 구원 실패 이후 장기연패도 거의 없었다. 결국 잦은 마무리투수 변화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 감독이 이번에 채택한 더블 마무리는 이현승과 오현택 모두에게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고 실패해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이현승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두산 불펜 투수는 풀타임 필승조 경험이 부족하다. 이현승조차 풀타임 마무리 경험은 없다. 더블 마무리, 혹은 집단 마무리는 두산의 현실상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현재 대부분 감독이 순위싸움 승부처를 8~9월로 내다본다. 두산도 8~9월까지만 지금처럼 버텨낼 경우 충분히 순위 욕심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블 마무리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우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많다. 일단 역사적으로 더블 마무리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귀결된 케이스가 많지 않다. 뒷문이 허약한 팀이 더블 마무리, 사실상의 집단 마무리 시스템을 채택하는데, 결국 상황에 따라 뒷문을 지키는 투수 개개인의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더블 마무리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극대화될 경우 두산 뒷문의 혼란은 계속될 수 있다.
노경은과 함덕주가 1군에서 빠졌다. 물론 두 사람은 곧 1군에 돌아오게 돼 있다. 이들과 함께 윤명준, 이현호 등으로 필승조를 꾸려가야 한다. 이들 모두 심리적 타격과 경험 부족 등 세부적인 약점이 있다. 이들이 이현승과 오현택에게 성공적으로 리드를 승계해주는 것도 과제. 불펜의 전체적인 안정감과 연관된 부분이다.
사실 불펜의 이런 과제들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건 아니다. 두산은 지난 수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야수들이 지금까진 뒷문 약점을 잘 메워왔지만, 타격에서 전체적으로 사이클이 떨어지거나 7~8월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잘 버텨온 두산의 향후 행보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때문에 두산 벤치로선 비상시에 대비, 불펜 플랜B, C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다. 앞으로도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이 두산 불펜 행보는 물론, 순위싸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현승(위), 김태형 감독(가운데), 오현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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