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김태균, 그는 한화 이글스의 '캡틴'이자 4번 타자다. 그냥 4번 타자가 아닌 진짜 대단한 4번 타자다.
4번 타자의 최고 덕목을 홈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해결사 본능이다. 꼭 홈런이 아니라도 팀이 필요로 할 때 일타로 승리를 이끄는 능력을 갖춘 타자의 가치는 어마어마하게 높다. 김태균이 그렇다.
김태균은 올 시즌 64경기에서 타율 3할 2푼(172타수 55안타) 13홈런 57타점, 출루율 4할 7푼 4리를 기록 중이다. 팀 내 부동의 4번 타자다운 성적이다.
세부 성적을 살펴보면 더 놀랍다. 김태균은 올 시즌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율 2할 7푼 2리(81타수 22안타) 5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주자 있는 상황에서 성적은 타율 3할 6푼 3리(91타수 33안타) 8홈런 52타점 32볼넷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 4할 1푼 4리(58타수 24안타) 5홈런 45타점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자랑한다. 득점권 25볼넷-9삼진이라는 성적도 김태균이 얼마나 무서운 타자인지 보여주는 지표.
올해만 잘한 게 아니다. 지난해에도 타율 3할 6푼 5리(422타수 154안타) 18홈런 84타점을 기록, 2012년 유턴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 3년 연속 3할 타율과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는데, 성에 차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호쾌한 홈런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일본 진출 이전 6차례나 20홈런 이상 기록했고, 2008년(31홈런) 홈런왕에 올랐던 김태균이다. 장타에 대한 부담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홈런 페이스도 나쁘지 않다. 압도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장타를 생산해내고 있다. 지난 3시즌을 살펴보자. 지난해 6월까지 10홈런을 때렸고, 2013년에는 3개에 불과했다. 2012년에도 8개였다. 그런데 올해는 6월이 다 끝나기도 전에 벌써 13개를 쳤다. 특히 허벅지 근육통을 털어낸 6월 6홈런을 때렸고, 타율(0.361)과 타점(27점)도 준수하다.
특히 전날(23일) 넥센전은 김태균이 왜 대단한 4번 타자인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성적은 3타수 1안타 3타점 1득점. 그런데 유일한 안타가 승부를 결정지은 스리런 홈런이었다. 0-0으로 맞선 4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넥센 선발투수 라이언 피어밴드의 2구째 128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높은 코스에 들어온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한화는 김태균의 홈런 한 방을 앞세워 4안타만 치고도 3-1로 이겼다. 이것이 4번 타자의 존재감.
올해 김태균이 홈런을 때린 경기에서 한화의 성적은 10승 3패, 승률이 7할 6푼 9리에 달한다. 4번 타자, 그리고 '캡틴'의 한 방이 한화의 올 시즌 순항에 어마어마한 역할을 한 셈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5연패 기간에 중심타선이 실마리를 못 풀기도 했다"고 지적했는데, 김태균의 한 방으로 연패를 끊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김 감독은 전날 경기 직후 "김태균의 한 방이 컸다"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사실 하나. 김태균이 뛴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배출한 20홈런 타자는 단 2명. 그 중 한 명이 김태균이다. 일본 데뷔 첫해인 2010년 타율 2할 6푼 8리 21홈런 92타점을 올렸다. 5년간 지바 롯데의 20홈런 타자는 김태균과 2013년 이구치 다다히토(23개)뿐이다. 또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지바 롯데에서 2010년 김태균보다 많은 타점을 올린 타자도 없었다. 아직도 현지에는 김태균을 그리워하는 팬이 많다. 그가 진짜 대단한 4번 타자인 이유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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