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제 영화 같지 않다고요? 그런 걸 목표로 찍었어요. 이전에 찍은 영화를 후회하지 않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로 찍고 싶었죠. 감독 이름을 지우고 보면 다른 영화 같도록 말이죠.”
성공했다. 그의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은 전혀 임상수스럽지않다. 의문의 돈가방을 손에 넣은 지누(류승범)와 나미(고준희)가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진짜 악당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속에는 그간 임상수 감독이 선보여 온 사회비판적 시선, 무거운 분위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른들을 위한 영화도 아니다. 전작들과 달리 가볍고 유쾌한 시선으로 청춘을 응원한다.
“젊은이들을 보면 안쓰러워요. 제가 자주 만나는 젊은이들은 제 스태프들이죠. 그들이 일상적으로 갖는 태도가 있어요. 예의 바르지만 무기력하다든지, 도발적으로 반문하는 경우가 없다든지 이런 것들이요. 제가 젊었을 때와 달리 무기력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비난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죠. 때문에 미안하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껴요. 그리고 죄책감도 있어요.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가 정서적 착취를 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때문에 임상수 감독은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을 만들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영화 한 편으로라도 충분한 오락거리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루하지 않은, 빠르게 진행되는, 몰입도 좋은, 스타일리쉬한 영화를 선물하고 싶었다. 청춘들이 가슴 벅차오르는 순간을 만끽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절친 악당들’을 선보이는 그의 목적이었다.
“류승범 씨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승범 씨는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의 영화를 보고 10대 후반, 20대 초반 때 벅차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좋은 청춘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그 때의 승범 씨나 20대 젊은 친구들이 보고 벅찬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면 했어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는, 이 시대에 맞고 이 시대를 치료했던 청춘영화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의 바람에 한층 더 가까이 다다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이 주연배우 류승범과 고준희다. 특히 류승범은 지누 역이 주가 되지 않음에도 흔쾌히 출연, 자신만의 아우라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줬고 고준희는 물오른 연기력을 발산하며 임상수 감독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또 각각 DNA에 배우라고 적혀 있는 사람과 일하는 쾌감, 그동안 저평가 받았던 배우를 우뚝 서게 만드는 보람을 맛보게 했다. 특히 극을 이끌어가며 제 몫을 톡톡히 해 준 고준희에 대해 “자랑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준희 씨는 마음 속에 배우로서 증명해보이고 싶은 그런 욕망, 욕구, 헝그리 정신이 있어요. 점잖은 사람이라 질투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마음속에 끓고 있더라고요. 전 그걸 느꼈죠. 잘 조절만 해주면 여태까지와 다른 배우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나미 역할을 열심히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전 고준희 씨가 자랑스러워요.”
임상수 감독은 앞으로도 ‘나의 절친 악당들’ 같은 유쾌한 영화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블랙코미디를 계속 하다 보니 자신의 어깨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는 그는 그동안과 전혀 다른 임상수의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계획을 세웠다.
“일단은 이런 식으로 좀 갈 것 같아요. 그동안의 방식이 좀 지루해요. 어깨에 힘을 준 것도 같고. 앞으로도 명량하게 갈 거예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이런 쪽을 잘 한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웃음)”
[임상수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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