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년 연속 위성우호가 닻을 올린다. 하지만, 고민이 너무 많다.
대한농구협회의 선택은 위성우 감독이었다. 우리은행을 3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이끈 젊은 명장.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준우승, 2014년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끌며 국제무대서도 역량을 인정 받았다. 8월29일부터 9월5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는 남자와는 달리 정규시즌도 겹치지 않는다. 2015-2016시즌 여자프로농구 개막일은 10월 31일.
여자대표팀은 7월 1일 소집된다. 그리고 27일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 대회 참가로 해외 전지훈련을 대신한다.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단 2개월 남은 상황. 남자대표팀보다 상황이 더 촉박하다. 아시아선수권대회서 우승해야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2~3위 국가는 내년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한다.
▲여자대표팀도 전임제 시급
FIBA(국제농구연맹)는 2017년부터 남자 국제대회를 홈&어웨이로 치른다. 때문에 프로농구 시즌 중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러야 할 남자대표팀의 경우 늦어도 내년에는 전임감독제가 도입돼야 한다. 9월 말 중국 후난 아시아선수권대회 역시 프로농구 정규시즌 초반과 겹치면서 프로팀 겸임 카드가 폐기됐다.
그런데 여자대표팀 역시 전임제 도입이 시급하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의 경우 남자와 달리 정규시즌과 겹치지는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위성우 감독(혹은 다른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위 감독은 7~8월에 팀을 비워야 한다. 위 감독뿐 아니라 지난 수년간 프로 감독이 대표팀을 겸임하면서 6~8월에 소속팀을 돌보지 못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차기 시즌을 준비하는 프로팀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시기. 장기레이스에 필요한 몸 상태를 갖추고, 전략 전술을 완성시키는 시기이기 때문.
물론 우리은행은 지난 2년간 위 감독 없이도 박성배 코치 위주로 시즌 준비를 잘해왔다. 하지만, 우리은행 입장에선 3년 연속 감독이 비 시즌에 자리를 비우는 건 달갑지 않다. 사실 프로가 대표팀차출로 발생하는 손해를 감수할 이유도, 의무도 없다. 오로지 국가대표의 사명감만을 강조한다면 시대착오적인 발상. 감독, 선수 모두 대표팀이 아닌 프로에서 부를 얻는다. 대표팀에서 다치기라고 하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전임 지도자가 여자대표팀만을 돌보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 예산 문제와 부딪히지만, 농구협회가 해결해야 할 부분.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 역시 재야에 좋은 지도자가 많이 있다.
▲세대교체
감독 전임제를 실시해야 하는 또 다른 당위성. 여자대표팀은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25일 전화통화가 닿은 위성우 감독 역시 "이젠 베테랑들을 부르는 것보다는 세대교체가 필요할 때"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대표팀 15년 단골멤버 이미선, 변연하도 그만 불러야 할 때가 됐다. 신정자와 임영희도 마찬가지. 심지어 베테랑 빅맨 강영숙, 부상에 시달렸던 정선화는 은퇴했다. 이들을 대체할 자원이 없다는 게 함정이긴 하다. 그러나 20대의 김정은 김단비도 이미 대표팀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리고 박혜진 이승아 이경은 홍아란 양지희 곽주영 박하나 강이슬 등도 있다. 물론 30대 베테랑들을 빼면 당장 전력이 약화된다. 하지만, 여자대표팀은 지난 수년간 눈 앞의 국제대회만을 위해 뛰고 또 뛰었다. 그러다 근시안적인 사고에 젖어 미래를 놓쳤고, 전체적인 경쟁력 약화를 막지 못했다.
일본과 중국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착실히 리빌딩을 하며 한국의 경쟁력을 뛰어넘어선 건 의미가 크다. 한때 아시아 최강이었던 한국 여자농구는 현재 중국-일본의 아시아 1인자 싸움에서 한 발짝 뒤쳐졌다. 대신 대만과 태국이 급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중국과 일본은 동시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2진을 홈에서 힘겹게 누르고 우승했다. 물론 중국과 일본의 1진과 2진의 전력차가 거의 없었다. 위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준비를 했던 한국의 값진 우승을 폄하할 의도도 없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여자농구 경쟁력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확인된 무대이기도 했다. 더 이상 한국 여자농구도 세대교체를 늦출 수 없다.
세대교체는 과도기와 부작용이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그런 중차대한 작업을 현 시스템에서의 단기 지도자가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전임지도자가 확고한 지론과 미래를 내다봐야 제대로 시도할 수 있다. 때문에 여자대표팀의 전임제와 세대교체라는 두 가지 과제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다.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농구협회와 위 감독은 아직 코치진과 선수단 구성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번 여자대표팀은 세대교체와 지도자 전임제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든 출전하지 못하든 한국농구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은 달라지지도 해결되지도 않는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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