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대표팀에서 가장 흥미로운 선수는 최준용(202cm)이다.
25일 챌린지팀과의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풀리그 첫 경기.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이승현이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존재감을 발휘한 선수가 최준용이었다. 대학농구에 관심 있는 팬들이라면 최준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2013년과 2014년 유재학 감독이 지휘했던 성인대표팀에 선발됐다. 지난해의 경우 끝내 최종엔트리에선 탈락했지만, 유 감독은 그의 잠재력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당시 유 감독은 "저 키에 슛, 돌파, 드리블, 패스가 다 되는 선수는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최준용을 최종엔트리에서 떨어뜨린 뒤 "열정이 부족하다. 파워도 부족하다"라고 냉정하게 지적했다.
최준용은 엘리트코스를 밟고 있다. 경복고 시절 이종현과 함께 트윈타워를 형성, 대학 무대를 휩쓸었다. 연세대에 입학한 뒤 단숨에 대학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거듭났다. 성인대표팀에 선발되기 전 이미 각급 청소년대표팀에 수차례 뽑히며서 국제무대 경험도 쌓아왔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선발도 예정된 수순. 최준용에게 이번 유니버시아드는 또 다른 도전의 기회이자 자신의 냉정한 현주소를 짚을 수 있는 무대다.
▲탈대학급 포워드의 엄청난 잠재력
최준용은 연세대 입학 후 주로 3~4번을 오가며 포워드로 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유 감독은 대표팀에서 그에게 가드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득점력 못지 않게 볼배급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서도 최준용이 잠시 볼배급을 맡기도 했다. 정통센터가 없는 대표팀은 장신포워드가 즐비하다. 외곽슛과 돌파능력, 속공가담능력을 고루 지닌 최준용은 1가드-4포워드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핵심 자원. 가드로 나설 경우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도 있다.
25일 첫 경기서 최준용은 동년배 대학선수들은 물론, 프로 2~3년 형들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17점 9리바운드라는 좋은 성적. 무리하게 볼을 소유하려는 욕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팀 공헌도를 높였다. 물론 유니버시아드에서 유럽 국가, 혹은 미국 등 엄청난 파워와 수준급 테크닉을 지닌 포워드들과 맞대결을 펼쳐봐야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이민현 감독도 "센스는 대단하다"라고 했다.
한 농구관계자는 "지금 대학 레벨에서 최준용을 1대1로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라고 했다. 유 감독의 감탄대로 각종 기본기술이 잘 닦여진데다, 운동능력과 순발력도 수준급이다. 오히려 전체적인 경쟁력과 잠재력에선 NBA 신인드래프트와 서머리그에 도전하는 이종현보다도 나은 부분이 있다. 최준용은 KBL 신인드래프트에 언제 나서든 1~2순위가 유력하다.
▲여전한 과제
최준용에겐 과제가 많다. 탈대학급을 넘어, KBL 혹은 그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 일단 경기별 기복이 심하다. 한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상대 전력이 좋은 팀과 맞붙을 때는 집중력 높고 순도 높은 플레이를 하지만, 전력이 좋지 않은 팀과 붙을 때는 덩달아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라고 했다. 이민현 감독 역시 "요소요소에 집중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불을 댕기려다가 꺼지면 확 식어버리는 느낌이 있다"라고 적절하게 비유했다. 최준용도 인지하고 있다.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하나의 과제는 빈약한 몸집. 벌크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준용은 자신의 몸무게를 "93kg"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 몸무게를 찌웠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볼 때 빈약하다. 실제 몸싸움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포스트 업보다는 페이스 업을 즐긴다. 당장 이번 아시아-퍼시픽 대회는 물론, 유니버시아드에서 유럽권 포워드들과의 몸싸움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 몸싸움에서 밀릴 경우 공격뿐 아니라 1대1 수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현대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스크린 수비, 리바운드 자리다툼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뉴질랜드와의 대표팀 평가전서도 약점으로 드러났던 부분. 현재의 몸집으로는 KBL에서도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최준용의 단짝이자 라이벌 이종현은 최근 미국농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준용은 "자극이 되기보다는 종현이를 응원하고 있다"라고 했다. 약간 아쉬운 발언. 지금 최준용은 탈대학 레벨에 만족해선 안 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는 이종현의 마인드를 본받을 필요도 있다. 그리고 본인의 의식변화와 함께 아마농구 시스템을 개선, 최준용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줄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최준용. 사진 = 대한농구협회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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