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 영화는 픽션이에요. 진심이에요. 실화가 진실이냐, 이건 다른 문제지만요. 실화 소재를 가져와도 픽션을 가미하잖아요. 극영화에 실화 모티브를 가져온 거죠. 그동안 용산 참사가 모티브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는 않았어요. 모티브를 얻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용산 참사를 다룬 영화는 아니에요.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모티브들을 가져왔죠.”
영화 ‘소수의견’은 열여섯 철거민 소년과 스무살 의경, 두 젊은이의 법이 외면한 죽음을 둘러싼 청구액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의 법정 공방을 그린 영화다.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했지만 그 자체를 영화로 옮겨오지는 않았다. 영화 안에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여러 부조리한 상황들이 담겨 있다.
“용산 참사 영화라고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외부적으로 규정이 되고 프레임 논쟁에 빠졌어요.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 일어나고 있는 한국의 모습들이에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스토리 안에 녹여내고 싶었죠. 관객들이 집에 가는 동안만이라도 서로 할 말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성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극 그 자체가 아닌 그 이후의 일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수습되느냐의 과정을 그린 영화가 바로 ‘소수의견’이다. 2009년에는 용산이 그랬고, 지난해에는 세월호가 그랬으며, 현재는 메르스가 이런 식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법조인을 중심으로 한 법정 드라마로 표현한 작품이 ‘소수의견’으로, 이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얻길 원했다.
“‘소수의견’은 큰 목소리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가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배우들에게 절제된 연기들을 요구했죠. 배우들이 너무나도 그럴듯하게 연기해줬어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만든 영화는 아니에요. 이 영화가 관객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싶을 뿐이죠.”
김성제 감독이 바라는 건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이 영화로 당장 변화의 물결이 일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길 원하지도 않는다. 앞서 말했듯 관객들의 마음속에 남는,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다.
“한국을 일종의 날 선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는 아니에요. 진영 논리보다는 우리가 살고 가고 있는 시절에 대한 분위기를 영화 안으로 가져오고 싶었죠. 우리 영화를 ‘어 퓨 굿 맨’과 비교해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영화 안에서 서로 다른 견해들이 부딪혔으면 해요. 극 중에서도 서로 다른 견해들이 맞부딪히잖아요. 영화를 본 사람도 각자 다른 견해들을 가지고 영화관 밖을 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요. 모두에게 훈장질 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니까요. (웃음)”
‘소수의견’은 이념, 정치적 시각 등으로 입에 오르내리기에는 영화적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잘 만들어진 법정 드라마가 존재하고 웃음까지 녹아 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 거리를 안기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영화가 바로 ‘소수의견’이다.
김성제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으로 의미와 웃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하지만 자신과 영화를 향한 호평들이 “고생했다”는 격려 같고, “선의에서 우러난 칭찬” 같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감독으로서 이제 막 첫발을 뗀 그는 ‘소수의견’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본전을 찾아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감독이 된 게 감개무량해요. 영화적 재미를 안기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사실 진영 논리, 정의가 뭔지 저도 잘 몰라요. ‘소수의견’이라는 책을 읽은 뒤 발로 뛰며 취재를 하고 철거현장을 공부했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발견한 것이라 생각해요. 원작이 있지만 어떻게 잘 해보려 하다 보니 이 안에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 거죠. 충실하다 보니 영화가 됐더라고요. 만약 제가 이 영화로 칭찬을 받는다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지 모르지만 다른 작품도 이렇게 준비하려고요. 어쭙잖게 무엇을 하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노력한다면 무언가 발견되지 않을까요.”
[김성제 감독.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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