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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공개 코미디에서,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역사를 소재로 다루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근현대사는 특히 더 그렇다. 자칫 잘못 다루면 일이 커진다. 뼈있는 일침으로 통쾌함을 주기도 하지만 웃음을 동반하기 때문에 개그에 다가가기 더욱 조심스럽다.
때문에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코너 '역사 속 그날' 팀은 조금 더 세심하게 역사에 접근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 운동가가 자신을 고문하는, 창씨개명한 일본 경찰을 골탕 먹이는 모습을 그리는 과정에서 무겁지만은 않은 웃음을 끄집어내고 잘못된 역사 의식에 일침을 가한다.
공대 출신 개그맨 이동엽, 김원구는 머리를 맞대고 개그 공식을 만들어낼 정도로 철두철미한 스타일이다. '역사 속 그날'이 마냥 말장난을 하는 개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 두 사람은 정확한 웃음 공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관객 및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개그가 갖는 의미를 분명히 한다.
이동엽, 김원구는 지난 5월 17일 '역사 속 그날'이 첫방송 된 후 시청자들로부터 곧바로 피드백이 없어 다소 걱정했다. 첫 주에 코너 동영상 조회수가 20만건이 넘었지만 예전과는 다른 반응에 '큰일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중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을 알아보고 코너 속 유행어를 따라하는 모습을 본 뒤 어느 정도 안심하고 코너를 더 단단히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
"방송 후에는 악플이 하나도 없고 반응도 좋은 것 같아서 (김원구와) 둘이 끌어안고 '우리 됐다!' 하면서 좋아했죠. 근데 더 큰 반응으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걱정했는데 최근 녹화에서 박수 소리가 커진걸 듣고 인기 코너임을 체감하고 있어요. 트렌드가 급변하다 보니까 눈에 익기도 전에 '뭐야? 왜 저러는 거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제 좀 익숙해져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익숙해지기까지가 참 힘들죠."(이동엽)
"요즘엔 반응이 옛날처럼 한번에 오지 않아요. 매체나 콘텐츠가 많아졌으니 저희도 진화를 하면서 계속 맞춰 가야 해요. 오래,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한 번만 해도 터지고 한두달만에 스타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유지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김원구)
사실 '역사 속 그날'은 초반 납치극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방송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고, 정서상 납치라는 것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불편하게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역사적으로 올라가게 됐고 일제강점기, 독립군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까지 생각하게 됐다. 올해 광복 70주년이라 시기도 딱 좋았다. 역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에도 일침을 가할 필요가 있었다. 언어 유희를 통해 "아 배가 문제야. 배가. 아베가 문제야"라고 외치기도 한다.
"일침을 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처음엔 우리가 일본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면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회사 측에도 불이익이 오고 혹시라도 불똥이 튀진 않을까 했는데 과감하게 하라고 하셨고 시청자 분들도 좋아해주세요."(이동엽)
이동엽, 김원구는 역사 의식을 강조했다. 학생들에게조차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기본적인 역사도 모르는 일부 학생들을 보며 교육용으로도 '역사 속 그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코너 초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실제 역사에 대해 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웃음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부분도 신경 쓰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의미를 담고 했어요. 말미에 의미심장한 얘기를 하기도 해요. '나라를 빼앗긴 게 아픈 게 아니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잃은게 아프다', '우리 나라를 포기한 것은 후손들을 포기하는 것' 등의 얘기를 했죠. 사실 불과 얼마 전의 역사잖아요. 힘든 역사를 겪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남겨지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이동엽)
"저흰 개그맨이니까 개그로 표현하는 방식인 거죠. 이번엔 광복 70주년에 맞춰서 코너를 조금씩 발전시키려고 해요."(김원구)
이동엽은 '역사 속 그날'이 자신의 개그 스타일은 물론 목적과도 잘 맞아 떨어져 더 애착을 갖고 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늘 역사물을 해보고 싶었다. 제대로 역사를 들여다 봐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개그 코너까지 짜게 됐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느낀건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데 후손들이 그걸 모른다는 거예요.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는게 많았어요.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시도를 계속 하려고 해요. 처음엔 이 코너가 한달은 버틸 수 있을까 싶었어요. 서로 의지하면서 해보자 했는데 두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이제 어느정도 체계가 생겼으니 내용에 더 신경 쓸 생각이에요. 개그 코너는 또 해석하기 나름이라 시청자들이 믿어주는 만큼 더 발전시키려 해요."(이동엽)
"역사 의식 말고도 또 목표가 있어요. (이)동엽 선배가 개그 한지 10년이 됐는데 많은 분들이 얼굴은 알아도 이름을 모르시더라고요. 이번 코너는 이름을 알리는 목적으로 가보자고 했죠. 그래서 더 이름을 많이 불러요."(김원구)
김원구의 말에 이동엽 역시 동의했다. "이번 코너는 적어도 코너가 끝났을 때 제 이름은 기억하게 하려고 합니다.(웃음) 대사 한 줄마다 넣어놨어요. 몇 번 나오나 세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같이 연기하는 친구들이 대사 틀리는건 참아도 이름 틀리면 제가 노발대발 합니다.(웃음) 꼭 알리고 싶어요."(이동엽)
이동엽 김원구 활약에 힘입어 '웃찾사'는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개편을 맞아 편성 시간도 황금 시간대로 변경됐고, 새 코너와 새 얼굴이 대거 등장해 긍정적인 반응이 모아지고 있다. 때문에 '웃찾사'를 믿어준 SBS의 선택에 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예전엔 '웃찾사'가 SBS의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편성 시간대를 바꾸면서 저흴 믿어 주시고 계속 지켜봐 주셨어요. 시청률도 오르니까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개그콘서트'와의 경쟁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것도 영광이고 라이벌이 있다는게 서로를 열심히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분명 둘 다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요즘 대한민국에 웃을 일이 많이 없는데 두 프로그램이 계속 발전하면 국민들에게 그만큼 엔돌핀을 주는 거라 생각해요."(이동엽)
"좋은 시너지가 나는 거죠."(김원구)
'웃찾사'가 조금씩 활기를 찾으니 이동엽 김원구의 개그맨 인생도 더 성장하고 있다. '웃찾사'에 10년의 청춘을 바친 이동엽, 지난 7년간 '웃찾사'와 함께 걸어왔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김원구. 두 사람은 '웃찾사'에 대한 애착 만큼이나 한 개그맨으로서 갖는 개그 자체에 대한 애착도 컸다.
"여전히 '웃찾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더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되죠. 후배들도 보고 있는데 제가 너무 재미 없는 개그를 하면 안 되잖아요. 평생 개그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제 아이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에요. 제 아이들도 같이 개그를 하면 좋겠어요. 그만큼 개그가 좋아요. '웃찾사'의 이동엽이 참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사람들 앞에서 한 번 웃겨보는 재미를 느끼면 개그를 안 하고 있을 때 몸이 근질근질 해요. 개그맨들은 다 공감할 거예요. 웃음을 한 번 맛 본 사람은 평생 죽을 때까지 그걸 못 잊어요. 질적 향상을 위해 많이 노력할 거예요. '이동엽 나오는건 그래도 재밌으니까 보자' 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이동엽)
"사실 '역사 속 그날' 하기 전에 슬럼프를 겪었어요. 개그를 한지 7년 정도 됐는데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았죠. 그러다 이동엽 선배와 코너를 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사람은 진화하고 적응하는 동물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슬럼프도 어느정도 극복한 것 같아요. 좋은 개그맨이 되고 싶지, 스타가 되고싶지는 않아요. 마흔살 때 어떤 개그맨이 돼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7년간 개그를 해서 지금 33살인데 앞으로의 7년동안 열심히 해서 마흔살에 괜찮은 개그맨이 됐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튀어 보이고 싶기도 하고 고집하는 스타일도 있었는데 이젠 새로워졌어요. 꾸준히 성실하게 개그를 하고 싶어요. 웃음은 중독이에요. 버릴 수가 없어요. 희열이 있거든요. 믿고 보는 개그맨이 됐으면 좋겠어요. '참 유쾌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김원구)
['웃찾사-역사 속 그날' 김원구(왼쪽)와 이동엽.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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