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2008년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한 ‘데스 노트-L:새로운 시작’의 나카타 히데오 감독을 인터뷰했다. ‘J-호러의 제왕’으로 볼리는 그는 ‘링’ ‘검은 물밑에서’로 ‘조용한 호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한국영화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인상 깊었다는 말을 남겼다. ‘올드보이’는 주변에서 좋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했다.
‘올드보이’ 원작이 일본만화라는 사실을 알았냐고 물었다.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몰랐다”고 했다. 놀란 표정이었다. 그가 모르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15년간 사설 감옥에 감금돼 있다는 만화 콘셉트만 갖고 와서‘오이디푸스’의 비극 이야기를 풀어놓았으니까.
오는 30일 개봉하는 감성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고녀석 맛나겠다2:함께라서 행복해’도 ‘올드보이’처럼 일본만화 콘텐츠를 역수출하는 케이스다. 자녀를 데리고 왔다가 엄마가 울고 간다는 애니메이션 ‘고녀석 맛나겠다’는 2011년 개봉해 전국 6만 관객을 동원했다. 6만 관객이 흥행 대박 스코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은 입소문을 타고 IPTV에서 시쳇말로 ‘터졌다’. 단가 1만원일 때 5만회가 다운로드됐고, 5,000원으로 내렸을 때도 5만회가 플레이됐다. 부가판권으로만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고녀석 맛나겠다’를 수입한 미디어캐슬은 원작 만화 시리즈를 집필한 미야나시 타츠야와 8권까지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녀석 맛나겠다2:함께라서 행복해’는 시리즈 7권 ‘나를 닮은 당신이 좋아요’, 8권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100% 국내 자본으로 2편을 제작하는 독특한 제작방식을 택했다. 미디어캐슬 강상욱 이사는 “1편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2편 제작에 투입했다”면서 “앞으로 계속 2편과 같은 모델의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애니메이션계의 ‘어벤져스’가 모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북두의 권’ ‘파이터 바키’ ‘루팡 3세’ ‘내일의 죠’ 등에서 액션 작화감독이었던 최경석 총감독이 더 친근하고 아름다운 공룡의 모습을 담아냈다. 천만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말아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의 김준성 음악감독도 생애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음악에 도전했다. 인기 걸그룹 카라의 허영지는 “1편을 보고 감동받았다”면서 2편의 주제곡 ‘멀리 가까이 어디에서나’를 불렀다.
지난 6월 6일 일본에서 선개봉한 ‘고녀석 맛나겠다2:함께라서 행복해’는 현재까지도 90여개 스크린에서 장기 상영 중이다. 일본 영화팬도 “어린이를 감동시킬만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보내고 있다.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변방인 한국이 이제 ‘애니메이션 왕국’인 일본 원작만화의 판권을 구입해 역수출하는 단계까지 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느리고 꾸준한 노력이 벼락같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척박한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오늘도 느리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영화인들에게 벼락같은 보람이 찾아올 것이다.
[‘고녀석 맛나겠다2:함께라서 행복해’의 주제곡을 녹음하고 있는 허영지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습. 사진 제공 = 미디어캐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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