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류승룡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 왔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만주군 장수 쥬신타가 돼 서슬 퍼런 카리스마를 발산했고,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일명 ‘더티 섹시’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7번방의 선물’에서는 6세 지능을 지닌 용구가 돼 절절한 부성애, 순수한 모습을 선보이더니 ‘명량’에서는 왜군 용병 구루지마가 돼 섬뜩함을 안겼다. 관객들은 매 작품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온 그에게 마음을 훔치는‘심 스틸러’라는 애칭을 선사했다.
류승룡은 ‘손님’에서 하나 뿐인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는 떠돌이 악사 우룡 역을 맡았다. 이번 역시 새로운 변신이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마을에 들어선 낯선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과 쥐들이 기록하는 마을의 기억을 그린 이번 영화에서 부성애부터 후반부 급격한 변신까지 진폭이 큰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류승룡이 아닌 다른 우룡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약속과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요. 마을 사람들이 산골 오지에 살고 있는데 ‘살기 위해 지은 죄는 죄가 아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자기 합리화, 집단 최면을 걸죠. 집단 이기주의, 집단 광기로 자신과 같지 않은 사람을 내치는 그런 모습이 여러 비유와 상징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사건, 사고로 봐도 재미있지만 확대 해석해 개인이나 현대 사회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는 이야기에요. 혹은 다른 나라에 적용 시켜도 좋고요.”
이런 매력에 끌려 ‘손님’에 출연하게 된 그는 우룡을 위해 세 달 동안 피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낙천적이면서도 수완이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영화 ‘표적’ 촬영 당시 65kg까지 감량했던 몸무게를 82kg로 찌웠다. 친근함을 안기려 시나리오에도 없던 사투리 설정을 더했고, 아들 역의 구승현과 더욱 부자 같은 느낌을 자아내려 아역 배우의 웃는 모습 등을 따라했다. 그는 '진짜' 우룡이 되기 위해 두겹 세겹 자신의 모습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처음 우룡은 점잖고 젠틀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도 그랬어요. 큰 충격 같은 일들이 있으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넓은 진폭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악사 직업이 여러 사람을 빨리 집중시켜야 하잖아요. 사람들을 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우룡의 설정처럼) 정신없이 굴며 약도 팔아야 하는 장사꾼일 수도 있죠. 그런 사람들은 수완이 좋잖아요. 그래서 초반에 좀 밝고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어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해맑던 우룡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진폭이 큰 우룡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호흡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한데, 연기 달인 류승룡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녹록치 않았다.
“촬영을 하며 제일 힘든 건 처음이고, 그 다음으로 힘든 건 (호흡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 같아요. 중간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더라고요. 앞과 뒤, 전체 그래프를 생각하며 지금 어디 쯤 와 있고, 어느 정도의 감정선을 유지해야 하고, 어디까지를 보여줘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유념해야 하니까요. 그런 것이 늘 강박이었죠. (웃음)”
류승룡은 지난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내 아내의 모든 것’, 2013년 ‘7번방의 선물’, 2014년 ‘표적’과 ‘명량’까지 일 년에 약 두 작품씩을 선보여 왔다. 워낙 흥행작들이 많았고, 그 중 세편이 천만 영화라 오랜 시간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어 다작 느낌까지 안겼던 그다. 올해는 ‘손님’에 이어 ‘도리화가’개봉을 앞두고 있고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의 목소리 연기로도 관객들과 만난다.
“앞으로 작품 수를 줄이려고 해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데, 점점 준비와 집중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더 신중함을 기하고 싶어요.”
[배우 류승룡.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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